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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May 04. 2020

쿨하지 못해 미안해

뉴스레터 운영일지 #6- 독자님과 작가님을 대하는 자세

제 뉴스레터의 고객은 두 가지랍니다. 바로 이메일을 읽어주시는 독자님과, 제가 문장을 길어오는 작가님들. 저는 온라인 글도 채집하지만 작가님들이 신문사/유튜브 등에 기고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동의를 받는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요.


1)독자님의 경우

이분들께는 쿨하지 못해 미안한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몇 주 전, 문장줍기 운영 계정 구독자 Y님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독자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시나요?” 그때 메일에 길게 쓰면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가끔 그분들께 문장을 제보받고 유의미한 피드백을 얻어서 그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꽤나 의연하게 이야기했죠. 그분들을 일일히 만나뵐 수는 없고, 그분들도 그렇게 진득한(!) 관계를 원하시는지 모르겠다 생각해서요.

그렇게 쿨하게 말했지만, 사실 쿨하지 않은 짝사랑 대상인 것을 월요일에 깨달았습니다. 그 주 메일에 수신거부자가 세 분이 나왔거든요. 마음이 아프고, 제가 이야기하는 대상을 잃어버린것 같은 느낌이였어요.

사실 편지를 쓰면서 내내 생각하거든요.  이 많은 분들이, 어떻게 나를 알고 꾸준히 들어올까. 메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라고요. 굳이 이 편지를 꾸준히 읽어주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요. 이메일 주소와 닉네임밖에 모르는 그분들의 이름을 상상하곤 합니다. 어떤 순간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읽을지 말이죠.

왜 마케팅을 잘 하려면 사용자의 행태를 고려해라, 는 말이 있지요. 또 서비스를 만들때는 가상의 사용자인 “persona”를 고려하라 하지 않습니까. 저도 가상의 독자를 상상해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고민이 되는거죠. 좋은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싶은 뉴스레터를 애정하는 A씨, 월요일이 막막해 메일함을 뒤적여보다 문장줍기를 열어본다…이런 느낌으로 상상은 하고 있어요.

사실 스팸신고 안 하고 수신거부하면 다행이긴 해요. 스티비의 블로그에 의하면, “수신거부하는 분들은 흥미없는 분이고, 오픈률과 클릭률을 높이는 것이니.. 언젠가 다시 올 분이라고 생각하고 쿨하게 보내주라”고 하지요. 머릿속으로 이해가 가요.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분들의 이메일함은 망망대해이고, 제가 쓰는 편지가 병 속에 든 편지같아요. 스팸함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을지, 제 메시지가 잘 닿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요. 지표 편에서도 말했지만 이메일의 지표들이 정확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네이버 등에 답답할 때마다 문장을 검색해보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 수신거부가 나오면 잡고 있던 손을 놓친 듯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일가요, 후기를 볼 때마다 좋은 음식을 꼭꼭 씹는 것처럼 기억하고 싶어서 뉴스레터 일지에 등록해둡니다.

PS.오늘 열 번째 레터를 보내자 또 수신거부가 나왔고, 의연하지 않습니다… 이대로 좋은걸까? 변화를 꾀해야 하나? 여러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의 경우

그럼에도 제가 뉴스레터를 쓰는 이유는, 좋은 글을 쓰신 분들께 제가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기 때문일거에요. 조금 호들갑스러운 팬심을 조금 억누르고, 그 분의 글을 왜 좋아하는지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해서 글을 쓰려고 하죠. 스팸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최대한 팬심을 담아보죠. 가끔 브런치 다녀보면 제가 뉴스레터에 소개좀..이라고 달아둔 댓글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보통은 그럴 때 흔쾌히 동의해주시거나, 문장줍기를 좋게 보셨다고 언급해주시는데 그런 답장이 올 때는 속으로는 내적 댄스를 추게 됩니다. 혹은, "그분이 날 보셨어!"를 외치는 매드맥스의 눅스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런느낌... @Madmax

사실, 작가님들께 면구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는 구독자가 많은 영향력있는 매체도 아니기 때문에 노출 수로 이익을 말할 수는 없어요. 컨텐츠의 클릭율도 높지 않아요. 그래서 홍보 효과를 보장할 수 없어요. 즉, 제 매체를 통해 어떤 홍보 이익을 얻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경의-당신의 글이 좋다, 당신의 글을 소개하고싶다-는 마음만 담을 수 있을 뿐이에요.

나는 이 문장줍기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문장줍기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데,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글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 는 그 하나만으로 우선 힘이 나는 일 같아요.

다음 호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싶은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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