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얀 Jun 01. 2020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뉴스레터 운영일지 #7- 3개월 맞이 고민들

3/1일에 뉴스레터를 세팅하고 이제 3개월이 되었습니다. 올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있나 고민이 되는데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확실히 쌓였네요.

조르바님 3개월차 글처럼 깔끔한 회고는 아니고, 그냥 답답함에 대한 생각입니다.


#수치로 보는 현상파악

현재 제 뉴스레터는 416명이 구독중입니다. “한 달안에 천명을 찍었다”정도는 아닙니다만, 혼자 자그맣게 하려던 제 기대치보단 높습니다. 스티비에서 어여삐 여기사 두 번이나 자사 뉴스레터(스요레터/Be.Letter) 편지를 소개해주신 덕이 큰듯합니다. 그 외에도 야금야금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대체 어디서 오시려나 매우 궁금해집니다.

3/1일에 시작해 총 14번 발송했습니다.  평균 오픈율은 59%이고 클릭률은 11.5%입니다. 최근 들어 구독자가 늘어 오픈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간신히 50프로 넘기는 중이에요.

지표 편에서도 말했듯, 뉴스레터는 리액션을 알기 어렵죠. 사진과 영상으로 지나치게 "가까운" 매체보다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 좋긴 하지만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에 더 목이 말라요.


#뉴스레터 보내는 마음.

우후죽순 는 뉴스레터 중 하나고, 이런 개인 뉴스레터를 포함한 사안에 대해 구현모 님의 현상 파악 이 있더라구요. 이 글이 제가 "이거 해서 뭐하나"라는 고민의 지점을 조금 설명해주는 글이 될까 싶기도 합니다. 항상 이번 호는 쓰지 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왠만하면 열한시 전에 끝내는데, 딱 두 번 - 약속에서 늦게들어가거나/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차린 날 - 늦게보낸거 빼고는 일요일 열한시까지 꼬박 써서 보내곤 합니다.


#첫 번째 고민 - 이걸로 뭐 할거야?

처음엔 별 생각없이 소소하게 시작했다가, 한 달 반쯤 전에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한 구독자님이 계셔서 그때부터 생각했습니다.. 글쎄요,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저 일 년을 꼬박 보내는 마음도 대단하고, 혹은 팟캐스트나 인터뷰를 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아요.

비즈카페, 생각노트, 영감노트 등 좋은 문장을 인용하시는 분들은 사이드프로젝트가 연이 되어 새로운 책을 내기도 하시더라구요(ex.영감노트 운영자 이승희님의 "기록의 쓸모").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 저자가 되기도 합니다..

혹시 엮어서 (독립출판이라도) 책을 낼 생각이 없냐? 는 조언을 받았는데. 어떡하죠. 저작권. 유유 출판사에서는 도서관의 말들, 서점의 말들, 쓰기의 말들 등 문단 한 개 - 에세이 한 쪽씩 엮은 시리즈를 내긴 해요. 하지만 여기는 문장에 대한 에세이가 훨씬 길거든요. 여기 들어가는 노력이 상당하겠다 싶은 느낌. 이정도는 그래, 사드려야지! 하는 느낌이고 아마 출판사에서 저작권도 알아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호흡이면 가능할텐데 저는 문장-코멘트 비율이 1:1이라서 안 될거 같아요. 한 50호 쯤 되면 아카이브도 터지려 할텐데, 엮는데 대한 수고의 비용으로 500원… 만 붙이는 걸 생각해보긴 합니다. 이 부분은 계속 알아볼 생각만 있고 끝을 못 보고 있네요.

다른 분들이 시도하는 유료 구독모델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하고요. 슬프게도, 이런 컨셉은 실제 "에세이"가 들어가야 가능할 겁니다. 에세이가 매력적이어야 구독자느님들이 만원을 내고 사주시죠. 남의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게 쉽지 않습니다.(그러고보니 이슬아님 다음 호 구독 신청 까먹고 지나갔네요....) 그리고 불행히도 돈을 달라고 하는 순간 저보다도 멋지게 무언가를 모아주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저는 잊혀질 거에요.

제가 십만명정도가 되면 모를까, 그 전에 홍보를 하는 매체가 되는것도 불가능할 겁니다. 클릭율이 잘해야 10%고, 링크별 클릭율은 1%도 안된다는 걸 생각하면 매체로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누가 이렇게 낮은 CTR에 투자하나요.

결국, “문장줍기”라는 컨셉의 한계일 겁니다. 아마 쉽게 시작한 만큼, 한계점도 명확한 컨셉이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주변에 넘쳐나죠! 이 말도 유병욱님의 책인 생각의 기쁨에서 온 거니까요. 그럼에도 문장줍기라는 컨셉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름과 브랜딩을 변경하더라도, 결국 이 포맷을 버리진 못할것 같아요.

꼭 이걸로 돈을 벌겠다, 기회를 찾겠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무언가 동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걸 하면 반응이 올 거라는 기대감.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기대감.

52호(즉 1년)을 써보면 답이 올까요. 문장 보내주기 분야 원조이신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클래식함은 따라갈 수 없을듯해요. 갑자기 고도원님은 무엇이 동기가 되어 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

+지인이 알려주었는데, 고도원님이 만든 그 사이트에서 커머스를 하신답니다.. 원조 인플루언서시군요.


#두 번째 고민 - 메세지의 진정성과 톤앤 매너

90년대 가요 중 코요테는 슬픈 노래+신나는 멜로디라는 시그니처가 있죠. 저는 이 부분이 어려워요. 동어 반복이 아닐지, 늘 코로나 힘들다-조그만 행복을 찾자 소확행!"이라는 논리만 반복하는 뉴스레터는 아니었으면 좋겠거든요. 크리에이터 지망생 남편에게 저도 하소연합니다. 힐링만 이야기하는 뉴스레터면 어떡하죠? 혹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으로만 들리면 어떡하죠?

그건 아마 저의 특성이기도 할 겁니다. 일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고, 일을 잘 하고 싶기도 합니다. 워라벨로 무자르듯이 말할 순 없지만, 두 주제 모두 제게 소중한 일입니다.

제 뉴스레터의 경우 각 호의 주제가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문장들을 모으기 때문인지, 기쁨과 행복을 섞어 쓰기도 하고, 습관이란 주제아래 업무습관과 집안일을 같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뾰족하지 않은 것, 날카롭게 내 생각을 드러내기보다 한 번 생각할 점을 보여주는 그 모호한 거리감과 연결고리가 뉴스레터의 이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바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풀어내기 힘든 주제는 조금 시간을 두고 묵혀둡니다. 세이브원고처럼 말이죠. 문장과 뼈대만 잡힌 것이 열 개, 실제로 스티비 사이트에 드래프트로 있는 것이 두 개에요. 소개하려고 집어둔 문장은.. 말한것처럼 메모장이 터지게 있고요.

그저 제가 노력할 수 있는 건 다음과 같아요. 쉽게 문장을 쓰거나 쉬운 결론으로 가려 하지 말 것. 뉴스레터 안에서 유기적인 구성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 그 속에서 최대한 동어를 반복하지 말 것. 이전 제목과 겹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 "생각하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지 말 것. 정도입니다.

요즘 이걸 하다보니 교열/교정/편집과 카피라이팅이 궁금해지는데 일단 본업을 잘할 시간도 부족해 미룹니다.


#부차적인 고민

-문장줍기, 문장수집, 문장 채집 등 비슷한 컨셉이 많아 별로 검색결과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브랜딩에 대한 고민. 실제로 몇 년을 밀더라도 상표권이 없는 경우 컨셉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한 사례를 많이 봐서 말이죠. 법적인 대응은 없는데 서로 감정이 많이 상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네이버에 #문장줍기 해시태그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동일인이십니다.)이 계신데, 메일로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답장이 없으십니다.... 문장줍기를 하시는 다른 분들의 문장이나 사례를 꼭 한번 뉴스레터로 내보고싶어요.
알고보니 저 말고 다른 분들은 기획안을 써서 한 번 생각을 정리하셨더라구요. 한번 이런 시간이 필요할듯 해요.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지? 내 생각이 무개념으로 평가받을까봐 무서운 약간의 자기검열들.

-더 자주 쓰고 싶은데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다. 어떨 땐 세 편도 써두지만 어떨땐 한 편도 쓸수가 없다. 횟수는 한 번 늘릴 순 있어도 줄일 순 없을 것이다.

-혼자 하다보니 쏟을 시간을 더 늘릴 수 없다는 것.

0. 사실 인정합니다. 다른 뉴스레터들이 컨텐츠가 좋은 건 잘쓰는 분들이 시간도 많이 들여서라는걸. 저는 작성하는데 순수하게 일주일에 한 시간을 쓰는데, 컨텐츠 퀄리티가 아쉬워질때가 많습니다.(물론 그 전에 문장을 모으는 시간도 있긴 하지만 이건 빼고 말한 거에요)

1. 포맷도 바꾸고 싶어요. 더 잡지를 읽는 것처럼 디자인도 한번 잡고 이미지도 가능하면 예쁘게 매번 만들고 싶어요.(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겁니다.)

2. 레퍼럴("어디서 오셨어요?")을 포함한 설문 조사도 하고 싶은데 못 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이 진짜 내가 궁금한 것을 언어로 만들었는지 계속 의문이 들기도 해서 말이죠.

3. 위에 말한 저작권 부분도 알고싶어요. 조언을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데 계속 생각만 하고 물어보질 못하고 있네요.

4. 뉴스레터 일지도 나름 꾸준히 썼는데 벌써 한달 째 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99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