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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환 Jul 22. 2020

아름다움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과 미의 기준이 다르긴 하네’     


 라테 한잔하고 나름의 여유를 느낀 뒤 향한 곳은 오르세 미술관이었다. 루브르의 안 좋은 추억 때문에 큰 기대감 없이 갔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비록 거의 모든 여행자들이 찍는다는 ‘시계탑 앞 인증샷’을 찍지는 못했지만, 나름 친숙한 그림들이 루브르 보다는 더 많아서 흥미롭게 구경했다.      


 그 수많은 작품들 중 <Naissance de Vénus> 즉,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이를 보고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와는 다른 ‘미(美)’의 기준이다. 비단 오르세 미술관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에 있는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미술품 중 누드화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적당히 살집이 풍부한 모습들이 많다. 예전에는 피부가 하얗고 통통한 여자가 미(美)의 대상이었는데, 삶의 여유를 가진 귀부인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마네의 <올랭피아(Olympia)>가 나오기 전까지 누드화의 대상은 거의 비너스였다. 비너스는 ‘미의 여신’인데, 이 여신이 살집이 풍부하게 그려졌다는 것에서 당시 사람들의 미의 기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비너스의 탄생 (1863년. 알렉상드르 카바넬 작품) (출처 : 직접촬영)

 이탈리아 표현 중 senza culo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마른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Senza는 이탈리아어로 ‘~가 없다’는 뜻으로 영어의 without과 프랑스어 sans에 상응하는 단어이며, culo는 ‘엉덩이’의 뜻이기에 합치면 ‘엉덩이가 없다’는 뜻이 된다. 참고로 이 ‘엉덩이가 없다’의 기준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마른 사람이 많아서 비교적 스스로 통통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외국에 나가면 ‘너무 말랐다’는 소리를 종종 듣고는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통통한 것이 미의 기준이었기에 아직도 조금의 영향을 받는 듯하다.     


 물론 모든 외국인들이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몸에 관대하지만은 않다. 요즘 ‘탈 코르셋 운동’이 활발한데, 이 코르셋(Corset)이라는 단어가 원래 프랑스에서 왔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원래는 ‘몸’을 뜻하는 라틴어 corpus에서 유래한 것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배와 허리의 맵시를 내기 위하여 배에서 엉덩이에 걸쳐 받쳐 입는 여자의 속옷’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나왔는데, 몸을 조여 신체를 부각시키는 것을 통해 인체의 아름다움을 이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코르셋을 착용하기 시작하기 전, 즉 르네상스가 도래하기 전에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죽음의 전염병인 ‘흑사병(plaque)’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보자. 당시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공포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름답고 예쁘고 화려한 것들을 통해 그 악몽과도 같은 기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코르셋이 처음 나온 르네상스 시대는 ‘흑사병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름다움에 집착하던 시기’인 것이다.      


 지금은 딱히 벗어나야 할 악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름다움의 기준을 얇은 허리 등으로 정하고 그에 집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사람들도 그것을 느끼기에 ‘탈 코르셋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보다는 늦게 시작했지만 남자들을 위한 ‘탈 맨박스’ 움직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여자의 몸에 대한 미의 기준뿐 아니라 남자도 일명 ‘건강미(美)’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남성의 몸은 찬양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그래서 남성의 누드화를 보면 거의 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으로 묘사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봐라! 식스팩에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이 조각상을 만든 미켈란젤로 본인도 일생을 조각과 그림 등에 매진하느라 이런 몸매를 가져본 역사가 없을 테인데.     


 멋진 남자의 기준이 근육질의 몸이 되다 보니 일반적인 남자들은 종종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가지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운동과 다이어트에 나름의 관심과 집착을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는 일명 ‘Love handle’이라고 불리는 허리둘레의 군살과 쉽게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영어 표현이 재미있다. 우리가 흔히 ‘똥배’라고 부르는 것을 ‘사랑스러운 손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로댕) 생각하는 사람의 터질듯한 팔뚝 (출처 : 직접 촬영)

 게다가 멋진 몸매의 조각품과 그림을 생산한 본토인 이탈리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도 있다고 한다. “Un uomo senza pancia e’come un cielo senza stelle” 이는 ‘뱃살이 없는 남자는 별이 없는 하늘과 같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배불뚝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표현이다. 위의 표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양의 몇몇 국가들은 살에 대한 강박관념이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덜한 듯하다. 배불뚝이임에도 공원이나 바닷가에서 웃통을 다 벗고 당당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Diet(다이어트)라는 영어 단어는 명사로 ‘식습관, 식단’의 뜻을, 동사로는 ‘건강을 위해 식단 조절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무조건적으로 ‘살 빼는 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몸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씩은 관리가 지나쳐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정도까지 이르기도 한다. 쉽게 자신의 몸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건강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날씬해지기 위한 목적으로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즉, ‘건강한 몸’보다는 ‘마른 몸’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운동이나 식단관리보다 금식(禁食)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살 빼는 것’에 심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을까? ‘탈 코르셋’ 운동과 ‘탈 맨박스’ 운동이 왜 활발해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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