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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환 Aug 29. 2020

사랑스러운 손잡이 vs. 똥배

Love handle 옆구리살

1. Senza culo(말랐다) : 이탈리아어 senza(~가 없다) + culo(엉덩이). "마른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
2. Corset(코르셋) : 라틴어 corpus(몸)에서 유래. "배와 허리의 맵시를 내기 위하여 배에서 엉덩이에 걸쳐 받쳐 입는 여자의 속옷"
3. Love handle(옆구리살) : Love(사랑) + handle(손잡이). "허리둘레의 군살"

 

 Senza culo, Corset, Love handle 


 이탈리아에는 몸과 관련하여 두 가지 흥미로운 표현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Senza culo’인데, 여기서 senza는 ‘~가 없다’는 뜻이며 culo는 ‘엉덩이’를 의미하기에 합치면 ‘엉덩이가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마른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뼈밖에 없네’라는 표현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마르다’의 기준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관대하다는 것이다. (단, 이 말을 듣고 방심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살이 불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호주에서 생활할 당시 ‘너무 말랐다’고 질리도록 들으며 거의 매일같이 새벽 햄버거 세트를 즐기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후회한 사람들을 종종 봤었다)


 두 번째 표현은 조금 더 재미있다. “Un uomo senza pancia e’come un cielo senza stelle”인데 이는 ‘뱃살이 없는 남자는 별이 없는 하늘과 같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배불뚝이 중년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표현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신의 불룩함을 합리화하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살에 대한 강박관념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덜하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실제로 공원이나 바닷가에 가보면 몸매와 상관없이 웃통을 다 벗고 일광욕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몇몇 국가들의 공통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 사람들이라고 무조건 자신의 몸에 관대하지만은 않다. 요즘 ‘탈 코르셋 운동’이 활발한데, 이 코르셋(Corset)이라는 단어가 원래 프랑스에서 왔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원래는 ‘몸’을 뜻하는 라틴어 corpus에서 유래한 것으로, 표준대국어사전에서는 ‘배와 허리의 맵시를 내기 위하여 배에서 엉덩이에 걸쳐 받쳐 입는 여자의 속옷’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나왔는데, 몸을 조여 신체 부각시키는 것을 통해 인체의 아름다움을 이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코르셋을 착용하기 시작한 시점, 즉 르네상스가 도래하기 전에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죽음의 전염병인 ‘흑사병(plaque)’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보자. 당시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공포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 혹은 가족들까지 그렇게 떠나보내면 얼마나 허망하고 또 무서웠겠는가. 그렇기에 아름답고 예쁘고 화려한 것들을 통해 그 악몽과도 같은 기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코르셋이 처음 나온 르네상스 시대는 ‘흑사병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름다움에 집착하던 시기’인 것이다. 지금은 딱히 벗어나야 할 악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름다움의 기준을 얇은 허리 등으로 정하고 그에 집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사람들도 그것을 느끼기에 ‘탈 코르셋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보다는 늦게 시작했지만 남자들을 위한 ‘탈 맨박스’ 운동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여자의 몸에 대한 미의 기준뿐 아니라 남자도 일명 ‘건강미(美)’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남성의 몸은 찬양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그래서 남성의 누드화를 보면 거의 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으로 묘사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David)> 조각상을 봐라! 식스팩에 군살 하나 없는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이 조각상을 만든 미켈란젤로 본인도 일생을 조각과 그림 등에 매진하느라 이런 몸매를 가져본 역사가 없을 테인데.

탄탄한 근육질의 몸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다비드 (출처 : 직접 촬영)

 멋진 남자의 기준이 근육질의 몸이 되다 보니 일반적인 남자들은 종종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가지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운동과 다이어트에 나름의 관심과 집착을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는 일명 ‘Love handle’이라고 불리는 허리둘레의 군살과 쉽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독하게 마음먹으면 허리에 붙어있는 지방이와 이별을 고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영어 표현이 나름 귀엽다. 우리가 흔히 ‘똥배’라고 부르는 것을 ‘사랑스러운 손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몸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씩은 관리가 지나쳐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정도까지 이르기도 한다. 쉽게 자신의 몸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건강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날씬해지기 위한 목적으로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건강한 몸’보다는 ‘마른 몸’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운동보다는 식단관리, 혹은 금식(禁食)에 더 큰 관심을 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다이어트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마른 몸 혹은 근육질 몸매를 쉽게 이미지화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 생긴 현상인 것 같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을까? 요즘 ‘탈 코르셋’ 운동과 ‘탈 맨박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분위기 또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너무 극단적으로 마르거나 살이 쪄서 건강에 위험을 주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모든 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얽히며 살아가는 융화 로운 모습이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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