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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환 Aug 30. 2020

자이언티의 질투

서로 다른 세대가 융합하는 법

1. Vintage(빈티지) : 라틴어 vindemina에서 유래. Vinum(와인) + demere(취하다, 따다). "와인을 따다"
2. Vinegar(식초) : 14세기 초 고대 프랑스어 vinaigre에서 유래. Vin(와인) + aigre(신맛). "신맛이 나는 와인"
3. Sophomore(대학교 2학년) : 그리스어 sophos(현명한) + mōros(어리숙한, 바보). "현명하지만 어리숙한"


 Vintage, Vinegar, Sophomore


 '자이언티(Zion.T)의 질투'


 XYZ 세대의 얽힘이라는 주제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이다. 이는 얼마 전 우연히 본 어느 자동차 광고와 관련 있는데, X 세대의 아버지(유승범의 '질투')와 Y 세대의 어머니(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선곡 관련해서 의견이 맞지 않자 Z 세대의 딸이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자이언티의 질투'라는 리메이크 곡을 틀어주며 가족을 융합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몇 년 전부터 세대 간의 융합은 여러 모습으로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전통적인 국악에 힙합을 접목한 것부터 시작해서 한식과 새로운 조리법의 만남, 복고풍 또는 레트로 패션이나 소품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지코 등이 K-Pop과 전통 의복인 한복의 콜라보를 시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약간의 논란이 존재하기도 한다. 최근 트렌드와의 융합 과정에서 전통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멋과 맛이 훼손될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한복을 너무 선정적으로 리폼한 것 아닌가?' '국악이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분명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 고유의 것을 그대로 지키자니 요즘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잊히고, 최근 트렌드에 맞추자니 위와 같은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영어에는 vintage, vineger 등 와인과 관련된 흥미로운 단어들이 있다. 우선 vintage는 라틴어 vindemia에서 유래된 단어로, '와인'을 뜻하는 vinum과 '취하다, 따다'는 뜻의 demere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즉, 의미 그대로 해석하자면 '와인을 따다'는 의미가 된다. 와인의 경우 그 해 수확된 포도의 상태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데,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와인 생산연도를 표시한 것이다. 문자 그대로 와인(vin)의 나이(age)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와 닿을 수도 있겠다. 보통 와인은 숙성이 될수록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포도 수확 연도가 오래되었고 그 해 농사가 풍작이었으면 그 포도로 만든 와인의 가격은 급등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서 더 빛이 나는 것들을 묘사할 때 빈티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식초’를 의미하는 vinegar는 '와인'을 의미하는 단어 vin과 ‘신맛’을 의미하는 aig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정확히 이야기하면 와인 제조 혹은 숙성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신맛이 나는 와인'을 뜻한다. 와인 테이스팅 할 때 이런 와인들을 접하면 손님들이 "It's vinegar"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도 과일과 섞으면 그 맛이 살아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페인 여행하면 반드시 맛보는 달콤한 맛의 Sangria(상그리아)가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어느 식당에서 마셨던 상그리아 (출처 : 직접 촬영)

 분명 그 자체로도 지금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전통적인 고유의 것들은 빈티지 와인과 같이 그대로 보존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 맛이 변해버린 식초와 같은 옛 것들은 방치해두면 잊히며 버려지게 될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른이라고 존경하는 분들은 아직까지도 여러 강연이나 책을 통해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지만, '꼰대'라고 낙인찍혀버린 이들은 상대하기조차 꺼려하지 않는가?


 그러나 어른스럽지 못한 '꼰대'들이나 요즘 '젊은것들'도 마음을 조금만 열면 충분히 융합되며 새로운 멋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품질이 떨어진 와인과 신선한 과일이 상그리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는 그 사이에 끼어있다. 일명 Y 세대 구성원이다. 어떻게 보면 XYZ 세대의 얽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만약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고 X 세대의 고유한 것들만 신봉하면 '젊은 꼰대'가 되고, Z 세대의 새로운 것들만 옳다고 받아들이면 나이만 먹은 '철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상그리아도 제조할 때 와인 또는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넣는 등 제대로 된 제조법을 따르지 않으면 그 맛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미국에선 대학교 2학년생을 Sophomore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현명한'의 뜻을 지닌 sophos와 '어리숙한, 바보' 뜻의 moros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다. 즉 '현명하면서도 어리숙한' 존재인데, 이들은 파릇파릇한 1학년(Freshmen)과 연륜 있는 4학년(Senior)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담당한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Y 세대 구성원들도 이와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한다. 어리숙하긴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조금 똑똑하긴 하지만 헛똑똑이 '바보'가 될지는 우리들의 손에 달려있다. Y 세대 구성원들이여! 부디 X와 Z 사이에서 현명하게 행동해서 ZYX 세대 융합의 좋은 교두보가 되도록 하자. '젊은 꼰대'나 '나이만 먹은 철없는 아이'보다 더더 폼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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