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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환 Apr 24. 2020

영화 <유로트립>

훌리건, 울트라스 등의 서포터스와 성숙한 응원문화

 2004년에 개봉한 영화 <EuroTrip>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여자 친구 피오나에게 차인 스캇이 펜팔 친구인 독일 여자 미카를 만나기 위해 친구와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원래 목적지는 독일 베를린이었지만, 1주일 동안 티켓이 없다는 말에 다른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다가 우선 런던으로 떠난다. 런던에 도착해서 그들이 제일 처음 찾은 곳은 바로 펍! 그런데... 하필 그들이 들어간 곳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 훌리건들의 Private Member’s Bar였다! 재밌는 것은 이 펍의 이름이 ‘Feisty Goat’ 즉 ‘혈기왕성한 염소’라는 것과, 펍 간판에 권투 글러브 끼고 있는 염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림을 그려놓은 간판, 혈기왕성한 염소와 훌리건들. 전형적인 영국 문화를 나타내는 듯하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영국인들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축구장에서 과한 몰입으로 인해 난동 피우는 무리를 일컫는 ‘Hooligan(훌리건)’이라는 단어도 영국에서 나온 단어다. 원래는 길거리에서 싸움을 즐기는 불량배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는데,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 등에 대한 화를 축구장에서 푸는 사람들이 마치 불량배들과 같았기에 훌리건이 ‘과격한 응원단’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발전한 것이다. 여러 축구 클럽들의 훌리건들 사이에 신경전이 과해질 경우 많은 사상자를 내는 싸움으로까지 번지기도 하기에 펍이나 경기장이나 펍에서 축구 경기 구경할 때 조심해야 한다.          

영국 노팅힐의 노상 유니폼 판매 가게

 사실 축구 열기 하면 이탈리아도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에도 훌리건과 같이 난폭한 축구팬들이 있는데, 이들은 'Ultras(울트라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나폴리 울트라스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인 <우리는 울트라스>를 봐도 알 수 있듯이, SSC 나폴리 팀과 토리노를 연고로 둔 유벤투스팀의 울트라스가 특히 악명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면 영국의 훌리건과 이탈리아의 울트라스가 충돌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실제로 80년대에 한 번 크게 충돌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알려져 있는 'Heysel disaster(헤이젤 참사)'로 이어졌다.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84-85 유로피언컵 결승전에서 영국팀 리버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팀이 맞붙었는데, 사실 경기전부터 위험요소들이 있었다. 우선 악명 높은 리버풀의 훌리건과 그에 못지않은 광기를 지니고 있는 유벤투스의 울트라스 사이의 긴장감도 있었지만, 당시 경기가 치러졌던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경기장 상태가 굉장히 노후화되어 있었기에 위험요소가 다분했었다. 결국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두 서포터스들의 충돌이 발생했고,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는 대형 사고로 인해 총 39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당했었다.      

유니폼 내걸어놓은 이탈리아 로마의 어느 가게

 서포터스(supporters)는 말 그대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집중하여 이길 수 있도록 support, 즉 지지하고 응원해줘야 하는데, 훌리건이나 울트라스 등의 과격한 응원문화는 종종 위와 같이 굉장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헤이젤 참사 이후 모든 영국 축구팀들이 유럽 축구 대항전에 5년 이상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등 오히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해를 끼쳤고, 무엇보다도 수백 명의 사상자들을 만들어 내는 등 심한 인명피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8~90년대 지역감정이 심할 때 프로야구팀 팬들 간 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구단 버스가 불타거나 패싸움이 발생하는 등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지금도 가끔씩 선수에게 치킨을 던지거나 쌍욕을 하고, 무엇보다 SNS 등을 통해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경우도 있다. ‘훌리건’과 '울트라스', 그리고 이들의 비극적 충돌을 통해 축구나 야구 외 모든 운동 경기에서 ‘성숙한’ 응원문화의 개념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영국에는 축구와 럭비, 그리고 훌리건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표현도 있다고 한다. “Soccer is Gentlemen’s game played by Hooligan. On the other hand, Rugby is Hooligan’s game played by Gentlemen” 이는 ‘축구는 훌리건(불량배)들이 하는 신사적인 스포츠인 반면에, 럭비는 신사들이 하는 불량한 스포츠다’는 뜻이다. 즉 패싸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과격한 운동인 럭비는 매너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이지만, 점잖은 운동인 축구는 불량배들과 다름없는 사람들이 즐긴다는 표현인 셈이다. 과연 이러한 영국이 아직도 '신사의 나라'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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