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Amniotic fluid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언제부터 시작되는 걸까. 태어난 순간부터? 탯줄이 끊어지는 그때부터? 아니다. 육아는 엄마 뱃속에서 이미 시작된다. 그리고 그 가장 근원적인 출발점에는 양수가 있다. 양수는 엄마의 자궁 안에서 아기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액체다. 생명을 위한 완벽한 보호막이자, 바깥 충격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는 최초의 공간. 그러나 양수는 단순한 ‘보호 용액’에 머물지 않는다. 이 안에서 아기는 삼키고, 움직이고, 숨 쉬는 연습을 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첫 훈련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임신 중반 이후부터 이 양수의 대부분이 아기 자신의 소변으로 채워진다는 점이다. 아기는 양수를 삼키고, 그것을 다시 소변으로 배출하며 자신만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처음 이 사실을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고 놀라웠다. ‘아기가 오줌을 싸야 양수가 유지된다’는 말은, 아내가 임신하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였다. 양수는 생명의 바깥이 아닌, 생명 내부에서부터 만들어지는 세계다. 엄마의 몸이 마련해준 울타리이자, 아기가 스스로 채워가는 공간. 그렇기에 육아는 그 순간부터 이미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이다.
양수를 영어로 amniotic fluid라고 하는데, ‘amniotic’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 amnion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태아를 감싸는 얇은 막을 뜻하지만, 그 어원에는 **작은 양(lamb)**이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다. 양은 오래도록 부드러움과 순함, 보호받아야 할 존재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양수는 작고 연약한 생명을 부드럽게 감싸는 공간이라는 상징을 더 깊게 품게 된다. 이와 연결해 보면, 한국어의 ‘양수(羊水)’ 또한 흥미롭다. 한자로는 ‘양(羊)’과 ‘물(水)’, 곧 **‘양의 물’**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양의 털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액체라고 여겨 이 이름을 붙였고, 결국 양수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생명과 보호의 이미지를 공유하는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나는 아이를 품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아내의 배를 쓰다듬고,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보고,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존재가 이미 나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출산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로부터 양수가 조금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 드라마 속처럼 양수가 갑자기 터져 급히 병원에 달려가는 일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양수’라는 존재가 처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감싸고 있던 막이 터진다는 건 곧 세상으로 나올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였으니까.
이제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왔고, 아내와 나는 두 손과 품으로 아이를 감쌌다. 하지만 그 품의 원형은, 어쩌면 이미 양수라는 바다 속에서 한 번 완성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육아는 밖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조용히, 물속에서부터 자라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