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Burp
세상 밖으로 아이가 나온 순간,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한 미션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집중을 요하는 과정—트림이었다. 신생아 시절, 수유만큼이나 중요한 게 트림이라는 말을 여러 육아서나 소아과 의사들에게서 들었다. 아기에게 밥을 준 뒤 어깨에 올려 안고 등을 두드리는 모습은 초보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낯설고 조심스러운 장면이다. 토닥토닥, 툭툭. 작은 동작이지만 매번 신중했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아이를 안고 트림을 시켜보지만, ‘꺽’ 하고 시원하게 나오는 소리를 듣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 속 아기들은 그렇게도 간단히 트림을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매번 어려운 일이었다. 15분쯤 시도하다가도 트림이 나오지 않으면 그냥 눕혀도 된다는 조언을 따라보지만, 그런 날엔 으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먹은 것을 토해내곤 했다.
분수처럼 뿜는 게 아니라 살짝 흘러내리는 정도의 ‘게워냄’이라 해도, 부모의 입장에선 그마저도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모유수유나 유축한 모유는 상대적으로 공기가 덜 들어가 트림이 덜 필요하다는 말도 있지만, 아이의 자세나 개월 수에 따라 상황은 언제나 달라졌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채, 수많은 정보를 뒤져가며 시행착오를 겪는 날들이 이어졌다. 겉보기엔 단순한 반복 동작 같지만, 이 짧은 시간은 아이의 몸과 나의 호흡이 맞춰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트림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다. 수유 중에 함께 삼킨 공기를 다시 내보내는 과정이며, 이는 아이가 잘 먹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속을 비울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 어깨 위에서 잠든 아기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레 흔들고, 등을 문지르며 조용히 공기방울이 빠지길 기다린다. 작은 트림 하나를 위해 흘러가는 이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도 긴 여정이다.
‘Burp’라는 단어는 본래 공기를 내쉴 때 나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에서 유래했다. 들리는 그대로를 표현한 단순한 말이지만, 그 안엔 속이 편안해지는 해방감이 담겨 있다. 아기의 트림은 단순히 ‘먹었다’는 사실만큼이나, '잘 비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리 잘 먹었어도 공기가 남아 아기 몸속에 있다면 결국 고통이 된다. 돌봄은 그렇게 무언가를 채우는 일뿐만 아니라, 적절히 비워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좋은 부모란 ‘잘 먹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편안하게 소화하고, 잘 비워내며, 다시 잠들 수 있도록 지켜보는 사람—그 과정까지 함께하는 사람이 진짜 양육자다. 그래서 때로는 울음 뒤에 들리는 조그만 트림 소리 하나에 안도하고, 미세한 ‘꺽’ 소리에 기쁨을 느낀다. 이토록 작은 소리가 주는 해방감은, 생각보다 크다. 어쩌다 큰 소리로 '꺽'하는 소리를 내주면 그게 그렇게도 반갑고 또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양수에서 시작된 보호는 이제 품 안의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육아는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재우는 반복의 연속이지만, 그 반복 안에는 수많은 작은 승리가 숨어 있다. 아기가 내 손길에 반응하고, 트림이 나오고, 다시 눈을 감을 때—그 모든 순간이 ‘돌봄이 통했다’는 조용한 성취다. 육아의 피로를 덜어주는 건, 결국 그 짧은 트림 한 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