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기 좋은 날

아무튼 튀김옷

by 완자

오늘은 일본의 먹거리 소재를 한 편.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밀가루를 너무 먹느라 고기까지 먹을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기들에게도 튀김옷만 입혀주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없어서 못 먹을 정도이니 참 인간이란 간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튀김옷을 입은 고기 친구들에 대하여 써보기로 한다. 먼저 소 님 입장.


소, 돼지, 닭 중에 고르라면 가장 불호인 것이 소고기다. 불호인 소고기에 얇게 튀김옷을 입혀 튀긴 것이 규카츠이다. 규는 牛(소우)의 일본어 발음이다. 소고기를 좋아하지않으니 남들이 '규카츠'를 외칠 때 전혀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더구나 유행하는 것은 일단 하고 싶지 않은 게 한결같이 삐뚤어진 나의 마음 아니던가.

절대 안 먹는다, 규카츠.


그러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만지작만지작하다 꺼내 든 '규카츠'

참 맛있네?

열이 펄펄 나는 돌판 위에 튀김옷을 얇게 입은 고기를 올려 굽는 내손내굽 형태다. 굽느라 먹느라 바쁘지만 규카츠는 삐뚤어진 나의 마음을 평평하게 채워주었다. 여러가지 소스를 찍어먹으며 맛을 변화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기를 1.5인분으로 주문+간 마까지 곁들인 배가 꽉 차오르는 구성


그다음은 나의 친구 돼지. 돼지는 매우 청결하고 귀여운 동물임에도 지저분한 탐욕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가능하다면 돼지의 인식개선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 까지는 아니지만 세상 곳곳에 흩어진 이런 선입견을 다시 잡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얇고 커다란 한국식 '돈가스'도 두툼하고 정갈한 일본식 '돈카츠'도 모두 좋아한다. 가쓰는 카츠에서 왔고 카츠는 커틀릿(côtelette・cutlet)에서 왔다. 놀랍기만 한 외국어의 변형. 豚(돈)은 일본과 한국이 거의 동일한 발음이다. 사실 맛있는 돈카츠 집은 한국에도 일본에도 굉장히 많다. 맛있는 집과 그냥 그런 집의 맛차이가 크지 않은 메뉴이므로 개인적으로는 줄을 덜 서고 추억이 많이 깃든 곳으로 골라 가는 편이다.


최근에 간 곳은 큰 동네라면 대부분 있을 체인점 和幸(와코)이다. 일본답지 않게 양배추샐러드와 밥, 된장국 추가가 무료이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이 '오카와리(리필)'를 외쳤던가. 일본에서는 시험이나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겐카츠기(験担ぎ)라고하여 성공을 바라며 하는 행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카츠류를 먹는 일이다. 카츠라는 단어가 勝つ(이기다(승리하다)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기 때문. 일본에 왔으니 돈카츠는 먹어봐야지! 하는 분들이라면 또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드셔보시길.

저의 원픽 안심카츠와 치즈 민치카츠가 섞인 사잔카세트


그리고 마지막 가장 선호하는 닭. 치킨은 좋아하지 않지만 튀긴 닭에 타르타르소스를 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치킨난반(チキン南蛮)은 미야자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튀긴 닭 위에 타르타르소스를 얹어서 내는 음식이다. 미야자키 출신들이 도쿄에서 파는 치킨난반은 진정한 치킨난반이 아니라고들 해서 미야자키 음식전문점을 방문해 도쿄에서 파는 치킨난반과의 차이를 느껴보았다.


미야자키식 치킨난반은 밀가루를 묻힌 후 계란물을 묻히고 양념에 담근 후 튀기므로 일반적인 치킨난반의 닭튀김(카라아게)에 비해서 바삭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적한 식감에 간이 배인 느낌도 좋았다. 사실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 거라는데 고기를 튀겼으니 맛이 없을 리가.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기를 먹고 배가 부를지라도 디저트 한 개 정도는 먹어주시길.

그것의 여행의 묘미이며 여행의 묘미이며 여행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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