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잊지 말기로 해
오늘 도쿄에서 쓴 편지를 1년 후 서울에 있는 나에게 보내준다고요?
그렇다면 한 줄 써서 보내보는 게 인지상정.
7년 전 도쿄여행을 준비하면서 구글맵 등 온갖 정보를 다 뒤지며 쿠라마에(蔵前)에 있는 카페 및 식당, 문구잡화점에 20군데 넘게 깃발을 꽂아뒀었다. 당시 아쉽게도 일정이 변경되어 깃발 한 곳 들러보지 못 본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번 여행일정에 쿠라마에를 넣어보았다. futo(封灯)는 쿠라마에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한쪽 면은 빨간색 실링왁스 스탬프가 찍힌 하얀 봉투들로 채워져 있다. 어릴 적부터 타임캡슐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지라 망설임 없이 이곳에서 편지 쓰기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편지 쓰기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편지를 다 쓴 후 마음에 드는 색깔의 실링왁스를 4가지 골라 자신만의 컬러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5분 정도 왁스를 녹이고 녹인 왁스를 봉투에 조심스럽게 부은 후, 그 위에 스탬프를 살짝 올렸다가 떼낼 때의 설렘이란! 나는 에메랄드, 초록, 연두, 골드의 조합으로 찍어보았다. 생각보다 정면에 동그랗게 찍기가 쉽지 않았지만 첫 실링왁스 체험에 호들갑을 떨며 사진을 5백 번 찍었다. 한쪽으로 치우친 스탬프의 모양새가 딱 나의 삐뚤어진 세계관과 닮아있다. 데헷
막상 편지를 쓰려면 글감을 떠오르지 않을 수 있으니 글감을 떠올릴 만한 아름다운 풍경사진과 주제가 써진 종이를 함께 준다.
- 당신의 일상 중에서 즐겁다, 기분 좋다고 느끼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 오늘은 일, 공부, 가사 모두 일찌감치 다 끝날 것 같습니다.
오늘 밤 당신만의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 앞으로 당신이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시간이나, 물건,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쭉 해온 일과 동일하더라도 또는 앞으로 새롭게 하고 싶은 일 모두 좋습니다.
놀랍지만 어떤 내용으로 썼는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1년 후에 내가 쓴 편지를 받고 이게 뭔가 싶어 놀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편지쓰기세트에는 음료와 디저트, 해외발송 추가요금까지 포함하여 5천엔 정도로 기억한다. 평일이어서인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사진을 5만 장 찍고 편지를 쓰고 디저트도 먹고 음료를 마시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물론 편지 쓰기 없이 디저트세트만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편지를 쓰기 전 연습할 종이 및 각종 볼펜, 만년필, 색연필 등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종이의 질감이며 필기구 또한 필기감이 얼마나 좋던지 바로 사진을 찍어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검색창을 닫았다. 데헷
쿠라마에는 성수동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포인트오브뷰를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쿠라마에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카키모리(カキモリ)에 가서 만년필을 하나 사고,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만드는 동안 futo에서 편지를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서울에 돌아와 퍼뜩 들었다. 늦은 깨달음은 다시 여행할 출발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데헷. 또는 아사쿠사(浅草)나 갓파바시(合羽橋)와 도보권으로 묶을 수도 있다. 다만 갓파바시에서 그릇이나 주방용품을 살 예정이라면 짐이 한껏 무거워질 수 있으니 쿠라마에를 먼저 들렀다 가길 추천한다. 이제는 유명해진 카키모리와 카시야시노노메(菓子屋シノノメ), 킷사한게츠(喫茶半月), 카이센돈코로쿠(海鮮丼 ころ九) 등등 들를 곳이 꽤나 많다. 아침 일찍부터 방문한다면 팰리칸카페(ペリカンカフェ)에서 모닝세트를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관광하면서 느끼는 불편함 중에 많은 가게들이 11시 넘어서 오픈한다는 점인데 futo는 평일의 경우 오후 1시 오픈이다. futo를 메인으로 넣는 여행이라면 중간코스로 넣어둠이 이상적이겠다.
과연 꼬불꼬불 한 영문주소를 따라 편지는 나에게 와 줄 것인가. 아직 11달 이상 남은 일이지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나는 그때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박에 모래주머니를 던지며 글을 쓰고 있을까? 문뜩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東京・蔵前『封灯』| 未来の自分へ手紙が送れる詩的喫茶 | FUTO KURAMAE TOKYO – JIYUCHO(일문)
FUTO, Kuramae near Asakusa, Tokyo | Writing A Letter To Future Self | – JIYUCHO(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