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백가합전과 M-1 사이
이윽고, M-1 그랑프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M-1이란 나무위키를 대략 옮겨 적자면 일본에서 가장 재미있는 만자이시(漫才師)를 가리는 대회이다. 일본의 코미디 전문기획사 요시모토흥업(吉本興業)과 아사히 TV의 주최로 2001년 시작됐다. 일본에서 홍백가합전과 함께 연말에 방송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며, 개최 시기가 되면 넷상의 거의 모든 화제가 M-1 그랑프리로 뒤덮일 정도로 꾸준히 높은 주목도를 가지고 있다. 오와라이 게닌(이하 게닌)들도 M-1 그랑프리를 목표로 활동을 계속할 정도로 존재의의가 큰 대회이다. 덧붙여 많은 오와라이계열 대회 중에서 가장 높게 쳐주는 대회가 M-1이기도 하다.
M-1의 음독은 ‘에무완’으로 발음을 한글로 옮겨적고보면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다. 만자이는 마이크를 중간에 두고 두 명의 게닌이 서서 콤비만의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콤비는 일반적으로 보케(ボケ)와 츠코미(ツッコミ)의 역할로 나뉜다. 보케는 엉뚱한 행동이나 말, 상황을 만드는 역할이며 츠코미는 그에 대한 것을 지적하거나 이야기의 방향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역할이다. 똘기의 충만함이 중요한 보케와 언어를 보다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것이 관건인 츠코미의 다채로운 조화가 만자이의 묘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게닌들은 보케에 대한 동경이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츠코미 역할을 좋아한다.(수요 없는 정보) 만자이라는 게 아무래도 칸사이지방의 문화다 보니 칸사이만의 지역색이나 사투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 5년은 칸토(関東) 지방 출신이 M-1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점점 시대가 변하면서 게닌들의 세대도 변해서인지 최근의 만자이는 소재나 내용들에 칸사이색이 다소 약해지면서 보다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 느낌도 있다.
게닌들은 주로 2명의 팀으로 구성된다. 만자이는 2명, 콩트를 주로 하는 팀은 3명인 팀도 있다. (별도로 핀게닌이라고 하는 1인 체제도 있다.) 이렇게 팀으로 구성되다 보니 팀 별로 가진 스토리가 각각 다른 점도 재미있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팀도 있고 오와라이를 목표로 요시모토 같은 기획사에서 만든 오와라이 양성소에 입학해 그곳에서 상대를 만나 팀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콤비는 결성당시부터 현재까지 같은 콤비인 경우도 있지만 중간에 여러 번 상대를 바꾸며 합을 맞춰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이가 좋지 않은 콤비들이 주류였다면 요즘은 콤비간의 상성까지도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느낌이라 사이가 좋은 콤비가 인기를 얻는 분위기이다.
게닌들은 상하관계가 무척 엄격한 세계였는데 지금은 많이 말랑말랑해졌다.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일본 내 컴플라이언스 강화로 인한 외모비하, 여성비하, 성적인 표현도 많이 줄어든 추세라고 느낀다. 많은 게닌들이 그로 인해 웃음을 주는데 제약이 많아졌다는 불평을 토로하는 장면도 있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예전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웃음을 줄 때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어학교 시절 쓴 작문 내용이 '일본 TV에 여성인권은 없는 것 같다.'일까.
M-1은 원래 콤비 결성 후 10년 이하라는 조건이 있었다. 10년간 이 바닥에 있으면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는 대회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지만 현재는 15년으로 변경되었으며 심지어 콤비명 변경 후 15년 이내이므로 콤비명을 바꾸면서 계속 출전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2021년 니시키 코이의 한 명인 하세가와 마사노리가 51세의 나이에 우승해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한편 '언젠간 된다'는 망상을 노력 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아저씨들 아줌마들에게 안겨줬다는 폐해 아닌 폐해도 낳았다.
최근 M-1은 예고편부터 대회 후 우승팀에게 따라붙는 밀착취재인 ANOTHER SKY까지 너무 ‘멋있게' 연출하려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불호이지만 그런 점이 대중화에 힘을 실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내가 뭐라고 인정을 하냐 싶지만) 여기까지 쓰고 보니 아니, 좋아하는 팀 소개는 시작도 안 했는데 글이 길어졌다.
여하튼, 매년 그렇듯 티비로 생방송은 못 보겠지만 작년에 이어 결승에 오른 에바스(エバース)를 응원해 본다. 12/21(일) 마지막 결승팀이 될 패자부활전에서 피넛츠 도너츠(ピーナッツドーナッツ)가 올라온다면 개인적으로는 기쁘겠다. 조금 아쉬우니 예고편을 한 조각 흘리며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