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과 랍스터 사이
'ロイヤルホストで夜まで語りたい'(로얄호스트에서 밤까지 이야기하고 싶어)는 여러 작가들의 로얄호스트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담은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로얄호스트는 일본에서 경양식을 파는 프랜차이즈로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비교적 객단가가 나가는 편이다. 따라서 유학생 신분으로는 머뭇거려지는 선택지. 그보다는 좀 더 가성비가 좋은 가스토나 사이제리아(한글로 쓰고 보니 발음들이 조금 웃기게도 들리지만)를 갔었다.
일본의 프랜차이즈는 드링크바가 발달되어 있어 1인당 400엔 정도면 전 종류의 음료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덧붙여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오와라이 개그맨들 또는 작가들이 각본을 작성하거나 미팅을 할 때 종일 앉아 지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비교적 조모임이 많던 유학시절의 일이다. 늘 모이던 학교 로비 바닥이 아닌 학교 뒤 쪽에 있는 가스토에서 모인 적이 있었다. 우리 조는 총 7명이었는데 그 중 6명이 드링크바를 주문했고 나머지 한 명은 '돈이 없으므로' 먹지 않겠다고 했다.
'400엔이 없다고?'
그렇다면 나머지 6명이 70엔 정도씩 십시일반 모은다면 다 같이 드링크바를 이용할 수 있는데 아무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6명만 음료를 먹으며 2시간 정도 미팅을 진행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친구에게 다가가 400엔을 빌려줄까라던지 오늘은 내가 사겠다라던지 라고 말할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그저 불편한 마음속에서 두 시간을 지냈을 뿐. 후에 다른 일본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물론 일상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아마도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각자 70엔씩 내주자는 의견을 냈다면 그 친구가 더 창피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일본인들이 흔히 말하는 민폐 '메이와쿠'일 수 있다고말이다.
아, 그랬을지도. 문화적 다름이 느껴진 한 토막이었다.
한국은 프랜차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 현재는 몇 곳 남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튼튼하게 살아남은 프랜차이즈들이 제법 많다. 책을 읽는 내내 글자로 쓰인 메뉴와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곳에서 먹어 본 적도 없는 랍스터 구이나 함박스테이크, 어니언그라탕스프, 계절 과일을 잔뜩 넣은 파르페가 차례차례로 나의 뇌와 위와 혀를 후려쳤다. 이제는 그때보다 나이도 조금(많이) 들었으니 이 정도는 지불할 수 있다며 로얄호스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강하게 들었다. 때마침 며칠 뒤 예정된 다카마츠 여행에 끼어넣어보려고 지점을 검색해 보았다.
다카마츠에는 로얄호스트가 단 1곳도 없었다.
무슨 갑자기 로얄호스트냐며 우동이나 실컷 먹고 오라는 일종의 신이 보낸 신호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도쿄도 가보라는 계시. (라고 쓰고 바람이라고 읽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친구가 떠오른다.
밥은 먹고 다니니?
나이 탓일까. 그 친구의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렴 어떤가. 중년의 우리는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400엔 정도 사달라고 할 뻔뻔함을 얻었으니.
+맞춤법검사에 우동을 자꾸 가락국수로 고치려하는 브런치의 의지. 굽히지않고 우동으로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