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취향은, 비번은
지식은 전무하나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괜찮으시다면 근본 없는 자의 미술관 여행기 같이 가보실까요.
처음 가볼 곳은 '너의 이름은'의 성지순례로도 유명한 롯폰기(六本木)에 있는 '도쿄국립신미술관(東京国立新美術館)'입니다. 현대카드를 사용하신다면 더욱 주목. 현대카드앱을 보시면 일본제휴서비스에서 도쿄국립신미술관 기획전 티켓을 바꿀 수 있는 창이 열리기 때문이죠. 기획전이 때때로 무료일 때도 있지만요. (제가 갔을 때가 그랬다죠)
전시는 Ei Arakawa-Nash의 개인전이었습니다. 우선, 넓고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띕니다. 정말 넓다라고 생각했는데 전시 면적이 일본 최대라고 하네요. 이번 전시는 바닥에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저도 작은 낙서를 하나 하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LED를 사용한 작품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클래식한 작품도 좋지만 이런 새로운 형태의 작품도 흥미롭죠. 갑자기 왜 존댓말이냐고요? 뭐랄까, 미술관을 소개하려고 하니 조금 근엄해 보이려는 얄팍한 속셈이랄까요. 내용의 깊이는 없으니 존댓말로 커버를 쳐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찡긋.
이곳은 컬렉션을 소장하지 않고 아트 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타입의 미술관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영문표기도 뮤지엄이 아닌 아트센터지요. 한국에 돌아와 홈페이지를 보며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마치 예전부터 알았다는 듯 써보았습니다. 데헷.
전시도 물론 좋지만 건물 자체로도 매력이 있어 많은 분들이 나들이 오시는 공간이에요. 빛이 건물로 투과되는 모습이 예쁘다 보니 빛이 좋은 타이밍에 많이들 찾으시지만 저녁은 저녁대로 운치 있고 좋았습니다. 아트샵에도 주머니를 털어갈 굿즈가 즐비하고 군데군데 쉴 수 있는 의자조차 디자이너의 가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의자맛집이라는 별명까지 있으니 마음에 드는 의자를 찾아보시는 것도 소소한 재미입니다.
다음으로 모실 곳은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21_21 design sight’입니다. 한국인에게는 더욱 친근한 안도 타다오의 건축 작품이기도 하고요. 지상공간은 꽤 아담합니다.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지하로 연결되며 전시가 시작됩니다. 제가 갔던 시기가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이 시작된 시기여서 로맨틱한 거리배경이 더해져 괜히 더 마음을 들뜨게 했었죠.
정문을 마주하고 왼쪽은 무료전시공간입니다. 당시에는 삼성 'THE SERIF'의 디자인으로 친근한 로낭 부홀렉의 작품을 섬유에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한 올 한 올 재현해 낸 색감이 전달이 되지 않아 아쉽습니다만 그림과는 또 다른 색감과 질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지하 유료전시는 ‘응가’가 주제였죠. 작가는 동물들의 응가를 수집해 옻을 발라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까지는 아니지만 설명을 읽고 보니 전혀 다르게 보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티켓을 끊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귀여운 까만 새 한 마리가 반겨주는데요. '귀여운 새가 맞이해 주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응가로 만든 새였...
롯폰기를 떠나 이제 우에노(上野)로 가봅니다. 우에노공원에는 판다로 유명한 우에노 동물원도 있지만 국립서양미술관, 모리미술관, 국립과학박물관 등 좋은 미술관, 박물관이 밀집된 지역이기도 하죠.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말랑한 감성이 느껴지지만 저는 배우 심은하 씨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좀처럼 갈 기분이 들지 않았죠. (핑계가 창의적) 그러던 중 또! 현대카드에서 국립서양미술관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해 주니 못 이기는 척 가보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단 돈 500엔이라 그 이상의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디서 봤다 싶은, 들었다 싶은 작가들 작품 하나씩은 다 걸려있습니다. 이곳은 그 유명한 르 코르뷔지에 건축 설계입니다. 상설전은 마츠카타 컬렉션으로 채워집니다. 전쟁으로 부를 이룬 사람이다 보니 꽤나 씁쓸한 기분이 들긴합니다.
사실 우에노를 찾은 이유는 우에노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5대 우키요에 화가 전' 때문입니다. 모네도 호쿠사이(北斎)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접점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얄풋한 저의 취향에 우키요에가 들어맞았던 것이 제일 큰 이유입니다. 우에노 모리미술관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전시 공간이 좁다 보니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진촬영도 허가된 작품만 찍을 수 있었는데요, 한 명의 화가당 각 1점 정도씩만 촬영이 가능하다 보니 다들 더 오래 눈에 담으려 시간이 지체되는 것도 같고요. 정말 오랜만에 꽉꽉 사람들로 들어찬 곳에서 작은 그림들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5명의 화가 이름은 밑에 적어두겠습니다. 관심이 가는 화가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검색 후 구경해 보세요.! 판넬 다섯 개 사진으로 마음에 드는 화가를 찾으라며 강요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5번 우타가와 쿠니요시 작품들이 좋았습니다.
우타가와 쿠니요시는 전반적으로 다소 기괴+대담+호탕+박력+유머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고양이 집사였던지라 고양이 그림도 많이 그렸습니다. 그래서 친근감을 가진 것은 아니구요. 다른 화가들에 비해 늦게 인기를 얻었다고 하니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무사 그림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해요. 우리에게 유명한 미야모토 무사시 그림도 있으니 한번 찾아보세요. 괜히 아는 사람이 나오면 기쁘니까요. (그림은 물론 좋구요.)
위 ) 1번. 키타가와 우타마로, 2번 토슈사이 샤라쿠,
아래) 3번 카츠시카 호쿠사이, 4번 우타가와 히로시게, 5번 우타가와 쿠니요시
전시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글의 대표사진이기도 하고 이 전시의 주제 문구이기도 합니다.
推ヲ、探せ。
오시오 사가세
최애를 찾아라
여러분의 최애는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