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은 사랑을 싣고

이제 그만 화 풀어요

by 완자

푸딩

일본어로는 푸링(プリン)

어감에서 이미 달달함이 넘쳐흐른다.


이 친구를 만난 것은 바야흐로 25년 전.

알바를 마치고 막차에 몸을 구겨 넣으며 겨우 올라탄다. 몸에서는 야키토리 냄새와 땀냄새가 어우러져 꽤나 불쾌하다. 역에서 나오면 마치 마중이라도 나와 있는 듯 정면에서 편의점이 나를 반겨준다. 이 시간에 저렇게 환한 얼굴로 반겨주면 들어가서 뭐라도 하나 사는 게 인지상정. 작은 바구니에 하나 둘 달달구리가 채워지고 따라서 내 마음도 가득 채워진다.


푸딩은 복숭아처럼 말랑파와 딱딱파로 나뉜다. 복숭아는 말랑파를 고수하지만 푸딩은 둘 다 좋다. 아무렴 어떤가. 한결같지 않아서 좋은 것이 사람마음이고 한결같지 않아서 슬픈 것이 사람마음. 갑자기 철학을 한 스푼 보태본다. 얼마 전 우연히 본 방송에서 소크라테스를 이야기한 것이 스쳤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가장 손쉽게 행복의 기분을 건네주는 아이템. 그것은 푸딩.

이번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을 소개해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서두가 이렇게 길어져버렸다.


작년 DDP에서의 전시로 조금 더 유명해진 mina perhonen의 미나가와 아키라. 그의 옷, 잡화, 카페까지 만날 수 있는 곳이 오모테산도(表参道)에 있는 Call이다. 도쿄의 푸딩집은 많고도 많지만 이곳의 푸딩이 너무나 귀여워 보여서. 사실 그보다 푸딩 먹는다며 가서 스윽 둘러보면서 뭐라도 하나 업어오고 싶어서 다녀왔다. 푸딩이 담긴 접시까지 귀여우니 참 무서운 곳이다.

좌 : 푸딩은 살짝 딱딱파, 맛은 쏘쏘지만 세계관이 멋있으므로 팻스, 우 : 화장실에 짐을 놓아두는 의자까지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

여담이지만 작년 DDP전시 관람 후 엽서와 자석만 사 온 것이 후회되어 다시 한번 전시장을 찾았었다. 하지만 굿즈샵만 이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이야기에 꽤나 화가 났었는데 어쩜 이번에 와디즈에서 도록과 북프래그런스 펀딩을 한다는 소식! 소비는 역시 질량보존의 법칙 안에서 움직인다. (물론 아무도 펀딩에 참여하라 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참여)


다음은 신주쿠로 넘어가 봅니다. 신주쿠산쵸메(新宿三丁目)와 신주쿠교엔마에(新宿御苑前)의 중간정도 위치하는 ALL SEASONS COFFEE와 POSS COFFEE는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다. 일타쌍피를 노릴 수 있는 지역이라는 말씀. POSS COFFEE는 알고 가면 어려울 것도 없는 위치지만 간판도 따로 없고 외관상으로는 그냥 빌딩이므로 요주의.

커피도 클래식 푸딩도 참 맛있다. 딱딱파 푸딩의 선구자격. 커피도 꽤 평판이 좋다.

이제 와서 보니 밖으로 낸 창에 POS라고 쓰여있다. 구글지도를 켜고 이 창문 옆을 지나며 얼마를 뱅뱅 돌았는지. 두 곳 모두 내부가 넓지 않아 여유를 느끼며 먹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심지어 POSS COFFEE의 큰 테이블 쪽은 합석할 확률이 높으므로 너무 놀라지 마시길. 여길 합석이요? 이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본은 합석이 자연스러운 문화이므로. 그래도 티라미스푸딩파르페는 놓칠 수 없다.!

감히 짐작이 되는 푸딩의 열량. 옆에 시럽을 뿌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시럽 안 뿌린다고 0칼로리가 되지 않기에 ;-)

혼자 가서 두 곳에서 푸딩 먹기는 조금 하드 할 수 있으니 두 명 이상 가셔서 두 곳 모두 꼭 클리어하시길.


마지막 귀국 날 밤, 귀국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케부쿠로 호텔 근처에 있는 '푸딩에 사랑에 빠져(プリン に恋して)'라는 로맨틱한 이름의 가게에서 테이크아웃을 했다. 여러 사이즈의 푸딩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푸딩이 반입이 되는가 마는가의 기로에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기본 사이즈와 맛챠푸딩을 업어왔다. 개인적으로는 맛챠푸딩을 추천. 딸기크림푸딩이 봄 한정메뉴였으나 나는 왜 일반푸딩을 산 것인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 후 북카페를 가기때문이 아니었을까. 북카페에 가서 먹을 디저트를 생각해 조금이라도 열량을 줄여보고자 했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


케키사이즈까지를 혼자 먹는 건 조금 무서운 기분. 설마 혼자 먹으려고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서도


글을 썼을 뿐인데 입 안이 매우 달다.

보통 이럴 땐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던데 반아메리카노파이므로 W차를 한 잔. 체지방감소에 도움을 준다고하니 믿어보는 걸로.

길고 긴 서두에 비해 급작스레 끝내는 결말이지만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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