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사고파는 시대는 멀리멀리 떠났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 가서 너무 먹었더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가끔은 마음의 양식도 찾아보기로 하고 서점나들이를 떠났다.
도쿄 서점가 하면 유명한 곳이 진보쵸(神保町). 오늘의 목표는 진보쵸에 있는 고양이 전문 서점 아네가와서점(姉川書店)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구입 후 쿠마쿠라 타마미(くまくら珠美)센세의 서점 오리지널 북커버를 끼워서 데리고 오는 것. 그리고 공동서점인 파사쥬(Passage)에 들러 취향이 맞는 서점주인이 있는지 찾아보고 비록 문호는 아니지만 사보우루(さほうる)에 가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크림소다를 주문한 후 분위기 잡으며 글을 한번 끄적여 보기. 아, 중간에 Bondy에 가서 카레랑 감자도 먹어야지. 마지막 코스는 분포도(文房堂)에서 잘잘한 문구잡화를 담아 오기.
이제는 한국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한 공동서점. 파사쥬는 이제 4호점까지 생겨 제법 덩치가 커졌다. 이전에 키치죠지까지 가서 공동서점의 시조새 격인 Book mation을 못 간 게 한스러워 파사쥬는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책장 빼곡히 칸칸이 채워진 작은 서점들을 하나씩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로지 자신이 쓴 책만을 판매하는 곳도 있고 두, 세 작가를 추려서 판매하는 곳, 사진 관련 책만 판매하는 곳, 영화 관련 책만 판매하는 곳, 자신의 취향에 맞춘 여러 작가들을 셀렉해서 판매하는 곳, 책과 함께 직접 만든 책갈피 등의 굿즈를 같이 파는 곳 등등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
진보쵸는 고서점, 전문서적 전문으로 유명하지만 물론 신간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북카페를 겸한 곳도 있고 북호텔도 있으니 그야말로 책에 둘러싸인 환경을 원하신다면 지금 바로 달려가세요! (날아가세요!)
좌) 아네가와서점 안에는 유선방송이 흐르고 있어서 다소 당황스럽지만 귀여운 북커버로 모든 혼란스러움이 해결됨
중) 이와나미서점에서 운영하는 진보쵸북센터. 호무라 히로시 님의 책만 두 권 구입
우) 한국인에게는 특히 반가운 무라카미 하루키센세와 안자이 미즈마루센세의 책이 전시돼 있던 파사쥬의 10번 서점
기세를 몰아 다른 동네에서 마주친 마음에 드는 서점도 몇 곳 소개해보는 걸로. 쿠라마에(蔵前)에 있는 무인서점인 토메쇼텐(透明書店). 누구 하나 오래 구경한다고 눈치 주지 않는다. 왼쪽 입구에는 해파리 AI 화면이 맞이해 준다. 알고 보면 직책이 부점장님 (문어인 줄 알았는데 해파리였다.) 부점장님과는 간단한 채팅도 가능하다. 책구경하고 굿즈구경하고 계산은 셀프로 하면 된다. 이곳도 한편에 공동서점을 운영 중이다. 티셔츠, 모자 등의 서점 오리지널굿즈도 팔고 있는데 티셔츠 사이즈를 확인할 수 없어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또 가면 되지?)
또 한 곳은 키치죠지에 있는 햐쿠넨(百年). 간판 내용 그대로 OLD & NEW SELECT 답게 고서점과 신간이 같이 자리하고 있다. 일러스트,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같이 전시해 놓기도 한다. 방문일에는 전시는 없었지만 작가 친필 싸인이 있는 문고판을 GET! 나도 모르게 책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또 한편엔 중고 스누피 시리즈도 보였다. 잘 뒤져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이 가능하다. 키치죠지는 워낙 구경할 거리가 많아 서점은 뒤로 밀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들러주시길.
햐쿠넨에서 작품발표 또는 전시를 열기위해서는 우선 아래 세가지 내용을 써서 메일로 보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어떤 전시를 하고 싶은가
・언제 하고 싶은가
・왜 햐쿠넨에서 하고 싶은가
언젠가 발표할 작품이 생겨서 메일을 쓰게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언제?)
한국도 점점 개성 있는 서점과 책들이 늘어가고 있어 무척 기쁘다. 책도 별로 안 읽으면서 논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곳을 많이 다니며 책을 한가득 이고 지고 돌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은 찾지못한채 아직 인생 표류 중이다. 일단 오늘의 항해는 맛있는 양식을 먹었으니 '순항'으로 적어두기로 한다. 내일은.
내일 다시 생각해 보는 걸로.
*대문에 걸어둔 사진소개를 빠뜨렸네요. 이케부쿠로에 있는 북카페 'FUKUROSHOSABO'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