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 그 수준까지 올라가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최소 내 집이 있고 플러스(+) 월 소득이 1,500만 원 정도이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면 경제적으로 자유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건 내가 원하는 다음 단계이기도 하다. (최종 목표는 아니다.)
다음 단계가 경제적 자유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지금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룬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같다.
맞다. 난 아직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아직도 다음 투자를 위해 매일 같이 다음 단계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월세 700만 원을 받는다면서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냐? 자랑하려는 거냐?
당장 내일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만 돈 많이 벌면 다냐?’
이렇게 되묻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아니,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많이 욕심부리고 있고 나만 잘되려고 노력한다.(그래도 자랑은 잘하지 않는다. 내 주위에는 내가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리고 내 생활에 비계가 끼듯 돼지처럼 탐욕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적어도 돈 앞에서는 떳떳한 부모가 되려는 것,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내가 늙어서는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할 수 있는 위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뿐이다.
건물을 사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건물 월세를 받게 되면 생활이 윤택해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아무래도 내 월급의 2배가 넘는 월세를 받는데 어찌 '그대로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슬프게도, 그리고 정말로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면 맞을 수도 있다.
이 초보 건물주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에게 일어난 일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저 ‘다음 단계’가 생긴 것이다. 투자자들의 다음 단계란 당연히 자산의 업그레이드이다. 내가 가진 자산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 아파트는 20평에서 30평으로, 혹은 더 좋은 동네로, 그리고 투자의 단계로 와서는 아파트 1채에서 2채로 늘어간 것, 이것이 내가 계속 밟아온 업그레이드였다. 그렇게 소형 건물까지 매입하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만해도 건물을 사고 월세를 받으면 그게 끝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는 또 있었다. 건물을 샀다고 해서 최종 종착지가 아니었다. 앞으로 남은 레벨 업 단계는 한참 남아있었다. 대지면적(땅 크기)을 더 넓게, 입지를 더 좋은 곳으로(땅값이 높은 곳), 세입자 구성이 더 좋은 건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으로 말이다.
아파트 투자에 있어서 어느 정도 상위 단계까지 올라갔다고 믿었던 나는 소형 건물을 매입하면서 이 세계(빌딩 투자의 세계랄까?)에서는 입문 단계에 있게 된 것이다. 입문 중에서도 오리엔테이션 단계랄까. 꼬꼬마 건물주, 완전 초짜 건물주, 햇병아리 건물주... 다양한 닉네임이 어울리는 나는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서 우리는 벌어들이는 모든 수입(월급)과 원리금을 갚고 난 남은 월세 금액 모두를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또 예전보다 더욱 지출을 줄인다. 허리띠 졸라매듯.
물론 써야 할 때는 쓴다. 건강 관리나 가족 모임, 자기 계발 비용(강의료, 회사 업무에서의 여러 지출) 같은 곳에서는 아끼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되도록 더 후하게 쓰려고 하는 편이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우리 둘에게 쓰는 지출만은 예전과 비슷하거나 더 박해졌고, 다니는 모양새도 예전과 다름이 없다.
10년 된 아반떼를 아직 타고 다니고 (뒷문짝이 긁혀 나가서 퍼렇게 녹슬었는데 아직도 못 고쳤다. 타고 다니는 데엔 문제가 없길래.)
10년 전에 산 겉옷도 아직 잘 입는다. (가끔 대학교 때 입었던 옷이라며 서로 놀린다. '그 시절 유행'이 남아있는 옷이라며.)
5년 넘게 쓴 낡은 지갑도 그대로고 (지갑은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서로 동의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좋은 지갑이 돈을 부른다나.)
남편이 자취할 때부터 쓰던 가구도 그대로 쓴다. (인터넷 초저렴이 책장과 의자 등)
이러니 남들이 보면 우리를 절대로 월세 받는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운 좋게도(?) 아직도 안 걸렸다.
우리는 스스로를 ‘생계형 건물주’라고 부른다.
건물주? 적어도 나 같은 건물주는,
여유로운 모습 절대 아님.
일하는 것도 생활습관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임.
소비는 더 줄였음.
이것은 바로 생계형 사람들.
‘이렇게 팍팍한 삶이라면 난 안 할래요.’ 같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예전보다 훨씬 덜 쓰는 삶을 사는데도 마음의 여유는 훨씬 커져서 무척이나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소비하지 않는 삶으로부터 오는 행복'을 터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 푼 두 푼 아껴서 얻을 수 있는 '우리만의 다음 단계'를 떠올리면 지금의 이 구질구질(?)한 삶은 절대로 팍팍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 하루라도 다음 단계로 빨리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즐거운 마음부터 앞서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