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열하게 몰입했던 부동산 투자는 특히, ‘쉬어가는 중’이다. 별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첫 번째 이유로 ‘돈이 없어서’이고, 두 번째 이유로 ‘낼 돈이 없어서’이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매수할 돈이 없는 거고, 두 번째는 세금을 충당할 돈이 없는 거다.
요즘 관심을 두고 보는 건 비주거용 부동산인데, 수익형 부동산이니만큼 그 금액이 만만치가 않다. 아, 이제는 주택 투자금도 만만치 않게 되었지만.
이러나저러나 꽤 큰 금액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의 기대수익은? 글쎄...
기대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매매 차익, 금리 같은 것들도 있지만 세금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취득하면서 양도하면서 그리고 보유하면서. 부동산을 건드리기 시작해서는 숨 쉬는 내내 세금 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투자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만만치 않다. 여기서 만만치 않다고 하면 너무 여유로워 보인다. 사실은 살인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원칙은 알겠다. 그럼에도 지금의 과세는 징벌적 세금이다.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만 유독 거대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그들이 미워서. 그리고 때려잡으려고. 이렇게라도 하면 그들이 물러나서 정상적인(사실 무엇이 정상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모두가 그렇게 최면상태이다. 나는 전문가도 뭣도 아니지만, 감히 예측을 해보자면 슬프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서울 부동산을 하락시킬 수 있는 요인이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 산으로 가기 전에, 바로 잡아서.
그래서 ‘돈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지금 부동산 투자를 멈췄다. 이런 일을 예견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결론적으로는 수익형 건물을 샀고 그곳에서 기대수익률만큼의 돈은 벌고 있다. 큰 폭의 상승도 하락도 없는 잔잔한 투자 일상. 오랜만이다. 투자 초기 때를 보는 것 같다.
건물을 사서 월세를 받고 운영한다는 건 마치 경작 생활과 같다.
그러면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는 그 투자는? 수렵생활과 같다.
더 싼 매물을 찾아 나서서 획득(?)하고 비싸게 치워버리는, 그래서 수익도 즉시 받을 수 있는 그런 투자는 수렵.
그리고 건물을 하나 가지고 매월 월세를 받고 수리도 하고 청소도 하는(관리회사를 시켜서) 이런 투자는 경작.
둘 다 짜릿하고 즐거운 경험이지만, 특히 경작 생활의 잔잔한 이런 일상은 안정감을 주어서인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최근 결산을 했다. 1년의 수확을 마주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1년의 수입과 지출, 내 자산과 부채를 살펴봤다. 살펴보고 있자니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왠지 모르게 찡해졌다. 왠 주책인지. 법인 결산서를 보면서 눈물짓는 건 나밖에 없을 거야.
1~2억씩 훅훅 뛰는 서울 아파트를 지켜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것도 저것도 내 돈이 열심히 돈을 벌어주고는 있다만, 내 마음이 더 가는 건 확실히 건물이다. 첫 건물이라 그런 걸까, 첫사랑, 첫회사의 그 감정과 비슷하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항상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집을 고를 때 ‘내 마음이 가는 집’을 샀던 건 맞지만, 결국 돈은 돈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는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야 하니까.
그런데도 내 건물 앞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
유독 감정이 앞선다.
내 새끼 같이 어루만져주고 싶다. 이 건물이 나에게 실망을 안기더라도, 난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