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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Nov 22. 2018

우리는 각자의 입술을 만지며 붉게 물들었다

한세정 '입술의 문자'


모든 사람은 한 권의 경전이다. 누구를 사랑하게 되면 그 경전을 읽고 싶어진다. 경전을 읽어낼 도구는 몸. 경전의 인장을 가장 감각적으로 쓰다듬고 가장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입술과 혀. 그래서인지 '살갗과 살갗이 스쳐 만든 인장'이니 '기린의 긴 혀처럼 서로의 경전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느니' 하는 표현이 더없이 성적으로 느껴진다.

사랑의 단서도 많이 들어있다. '입술이 뿔 나팔이 될 때까지 머나먼 이름을 향해 입술을 움직인다' 같은 표현.


글씨를 손끝으로 천천히 만지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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