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달 Dec 01. 2018

자네 얼굴, 못 알아볼 만큼 변했어

허수경 '먹고 싶다'


자네 얼굴, 못 알아볼 만큼 변했어
나는 이 말을 듣고 광화문 어느 이층 카페 구석자리에 가서 울었다

살아내려는 비통과 어쨌든 잘 살아남겠다는 욕망이 뒤엉킨 말, 먹고 싶다
그러나 사랑이여, 히죽거리며 내가 너의 등을 찾아 종알거릴 때 막막한 나날들을 함께 무너져주겠는가
나는, 먹고 싶다, 날 집어치우고.


3년 전쯤 대학 후배가 말했다. "언니 얼굴, 학교 다닐 때와 달라졌어요. 더 날카로워졌달까. 뭐 일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겠죠."

1년 전 본 후배는 다시 말했다. "언니 얼굴, 전하고는 또 다르네요. 예전보다는 힘이 좀 빠져보여요. 어떻게 보면 이전보다 여유있고 편안해보이는 건데, 좀 지쳐 보이기도 하고요."


"변했다"는 말을 들은 날은 종일 마음이 멍하다. 괜히 슬프다. 생이 나를 어떻게든 바꿔놓았고 그게 얼굴에 흔적을 남겼다고, 남이 나에게 해주는 증언.


꾸역꾸역 먹고 살아감에는 '비통'과 '욕망'이 섞여있다고 시인은 썼다.

매거진의 이전글 뱀마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과 연애한다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