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달 Nov 29. 2018

뱀마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과 연애한다는데

정한아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


시인은 '미친 사랑'을 해본 것 같다. 아름답고 지독한 사랑. "시각을 모르고 위도와 경도를 모르고 입을 맞추고 눈꺼풀을 핥고 우주선처럼 도킹하고 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달고".


미친 행위는 때로 죄가 되는 걸까. 시인은 이 사랑을 '위대한 죄'로 일컫는다.


시의 배경은 에덴 동산. 그곳에는 뱀과 하느님, 영원한 생명을 준다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한다는 선악과가 있다. 하느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 따먹는 일을 금지했다. 그러므로 그것은 죄. 그러나 시인은 하느님이 약속한 영생과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발칙하게 뒤섞어버린다. 시의 조물주인 자신이 "생명나무와 선악과를 잡종교배"해 아담과 이브의 심장을 빚음으로써. 그 심장은 "천국과 지옥 사이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다.


죄를 지은 아담과 이브가 추방당한 에덴엔 뱀과 하느님만 남는다. 아담과 이브는 다시 입을 맞추고 눈꺼풀을 핥고 우주선처럼  도킹하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단다. 그들은 "재투성이 심장으로 탁구라도 치면서 위대한 죄짓겠다" 한다.  뱀마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과 연애한다면서. 이 창의적 발칙함.


'위대한 죄'를 이야기하지만 시의 제목은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다. 그 전복적 사고가 유쾌하고 통통 튄다. '미친 사랑'에 대한 발랄한 찬가다. 그 선악과, 베어 물면 참 달고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러나 그는 충분히 이해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