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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Sep 01. 2022

아.. 글 쓰고 싶다...

복직 전야입니다.

저는 복직입니다만, 학교는 개학이죠.

저는 이번 주 내내 개학준비를 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맡은 담임이라 그런지 뭔가 나사 하나 빠진 듯 어버버 합니다.


초집중 모드로 아이들 현행 수준과 특기사항, 주의점을 파악하고, 새로 받은 업무처리 요령을 훑어요.

아, 저는 특수교사입니다.

지금은 발달장애 특수학교에 근무 중이고요.


초집중모드로 대충 마무리하고 아이들 학원에 늦지 않게 차를 몰았어요. 도서관 문 닫기 전에 예약한 도서를 찾기도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합니다.

겨우겨우 책도 찾고, 아이들도 받았습니다.

이제 다이소를 가야지요. 당장 필요한 물품들을 사려고요.

교실에 당장 필요한 물품들이 많이 없었거든요.

특수학교에서 연필, 색종이, 색연필, 풀은 없어서는 안 될 수업 재료예요. 언제든 손이 뻗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오랜만에 온 다이소 나들이에 아이들이 신났어요.

이거 사면 안 돼? 저거도 사고 싶다.

그래... 그거도 사고, 저거도 사.

지친 엄마만큼 공략이 쉬운 대상이 또 있을까요.

말릴 기운이 없어 다 허용해줍니다.

다행히 알아서들 개수 제한을 해서 담아주네요.

어찌나 기특들 한지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석 문을 열어 여분의 에코백에 짐을 싣습니다.

잠시 후 꾸지직~! 하고 철판 구겨지는 소리가 납니다.

뒤를 돌아보니 웬 차 한 대가 운전석을 정면으로 밀고 들어온 게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꾸지직 소리는 제 차 운전석이 뒤로 젖혀지면서 나는 소리였어요.

조금만 안쪽으로 파고들었으면 짐을 싣고 있던 제 몸을 밀고 들어왔을 거예요.

사람이 너무 놀라니 아무 소리도 안나더군요.


차에서 차주가 내립니다.

찰나의 순간 머리를 열심히 굴렸어요.

라고 하나, 뭐라고 따질까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차주분이 낯이 익습니다.

좀 전에 매장에서 같이 쇼핑을 하던 두 아이의 아버지였어요.

저희 아이들 또래쯤 되는 남매를 데리고 오셨는데,

작은 아이가 갖고 싶은 게 있는지 한참을 생떼를 부리며 소란을 피웠거든요.

한참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침착하고 단호하게 아이를 훈육하던 아버지였어요.

그런데 그 아버지도, 운전대를 잡고는 잠시 정신줄을 놓친 모양입니다.

뒷좌석 아이를 보다 기어가 풀린 줄 모르고 차가 움직였다는군요.


얘길 듣고 나니 화도 나지 않습니다.

동병상련이 따로 없네요.

연락처를 주고받고 수리비 견적을 받아서 연락하는 것으로 일단락 했어요.


집에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합니다.

반찬가게에서 사 온 국과 반찬으로 상을 차려요.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백숙을 끓였는데,

엄마의 바뀐 상황이 극명하게 보이는 저녁밥상이었어요.

물론, 아이들은 사온 저녁을 더 맛있게 먹습니다.


이제 두 아이의 공부를 봐줘요.

하루 목표치를 끝내야 놀 수 있거든요.

두 아이 모두 어쩐 일인지 집중력 최상입니다.

효자효녀가 따로 없어요.


공부가 끝난 아이들의 자유시간을 주고, 남편에게 뒤를 맡기고 운동을 갑니다.

다시 야밤을 헤매는 도시 좀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운동은 해야죠.


집에 돌아오니 시계가 10시 20분을 가리키네요.

남편과 아이들은 자고 있어요.

아이들도 내일 아침을 위해 일찍 자야죠.

물을 한잔 마시려고 부엌에 가니 싱크대에 설거지 거리가 '왔어?' 하며 반깁니다.

저녁을 먹은 식기도, 아이 식판도, 물병도 덩그러니.

남편이 차마 설거지까지 할 여력은 안됐나 봅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이어폰을 꽂고는 유튜브를 틀어요.

오늘 같은 날은 BTS의 불 타오르네가 제격이죠.

 

퐈이어~~~어. 퐈이어~~~어.


네. 제 머리도 불타오르고 고무장갑 속 손도 불타오릅니다.


씻고, 못다 한 내일 수업 준비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조건반사인가요. 앉으니 글이 몹시도 고프네요.

빨리하고 자야 하는데 글이 쓰고 싶습니다.

피드에 쌓인 글을 읽는 것으로 참아보려 했는데,

읽고 나니 글이 쓰고 싶어 못 살겠습니다.


네... 그래서 쓰고 있습니다.

못 이기겠네요.

딱 10분 만에 쓰겠다 다짐했는데,

시계를 보니 20분이 걸렸네요.


발로 쓴 글이라 나무라진 마십시오.

어느 때보다 절절하니까요.


오늘은 일기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썼어요.

 

이제 할 일을 했으니, 진짜 해야 할 것을 해야겠군요.

두근두근

이것은 두려움일까요, 설렘일까요.

내일이 되면 알게 되겠죠.

아침이 기다려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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