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움 Sep 24. 2022

너에게 달콤한 고구마 타르트 한 조각이 오기까지

진로탐색의 날

특수학교의 날이 밝았습니다.

매주 금요일, 자유 학년제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에요.

직업의 여러 종류에 대해서 알고 체험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파티시에군요.


일전에 언급한 바 있는데,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은 철저히 개별화교육에 맞춰져 있어요.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서 스스로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주고, 달성할 수 있게 수업을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같은 주제(파티시에 체험수업)를 하더라도

A의 학습 목표는 '생활 속 측정 가운데 무게 단위의 개념을 알고 정확한 무게를 측정할 수 있다.'가 될 것이고요.

B의 학습 목표는 '주어진 자료를 보고, 재료를 순서대로 넣을 수 있다.'가 됩니다.

C의 목표는 '주걱으로 재료를 고루 섞는다.'가 될 수 있겠군요.

 

각각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수업 준비를 해요.

오늘은 주제는 '고구마 무스 블루베리 타르트 만들기'입니다.


생각 같아선 아이들과 타르트 반죽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요.

아이들의 장애정도와 집중력, 수행 수준을 고려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냉동 타르트 쉘(생지)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주 재료인 고구마는 집에서 공수했어요.

지난주 8살, 6살 남매와 할머니 텃밭에서 야금야금 호미질을 해서 캐논 고구마가 한 포대거든요. (이 이야기는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날 위해 전날 새벽 한 시까지 고구마를 찌고 껍질을 깠지요. 3kg이요.

역시, 새벽에 고구마 껍질을 까는 데는 BTS의 불타오르네 만한 게 없더군요. 퐈이어~~ 어!

냉동 블루베리 한 팩과 맛있는 이즈니 버터(우리 아이들도 맛있는 걸 먹을 자격은 있죠^^), 설탕, 생크림, 계란 노른자도 준비했습니다.


이제 준비됐으니 수업을 시작해 볼까요?


커다란 믹싱볼 두 개에 삶은 고구마를 각각 1.5kg씩 나눠요.

위생장갑을 끼고 대기 중인 C 수준 아이들에게 배분합니다.

2인 1조로 나뉜 아이들은 장갑 낀 손으로 열심히 고구마를 으깨요.

그 사이 A 수준 아이는 재료 계량을 합니다.

마침 이번 주 과학시간에 그램(g)과 킬로그램(kg) 배웠더군요.

배운 걸 써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A는 그릇을 세팅한 전자저울에 계량을 시작합니다.

생크림, 설탕, 버터, 계란 노른자(미리 분리해둔)

순서대로 계량을 해요.

이제 B 차롑니다.

칠판에 크게 적어둔 반죽 순서를 읽고

계량해 둔 재료를 C에게 전달해요.

 사이 잘 으깨진 고구마에 생크림, 설탕, 버터가 들어가요.

마지막으로 계란 노른자가 들어갑니다.

C가 열심히 반죽을 섞고 있을 때 B는 생지를 준비해요.

냉동생지를 오븐 팬에 오와 열을 맞춰.. 보려 했는데 자리가 모자라 그냥 올렸습니다.

다 된 고구마 반죽을 짤주머니 안에 넣어요.

생지에 고구마 반죽을 짜넣는건 A 몫입니다.


블루베리를 올려 볼까나~


마무리는 B와 A가 함께 합니다.

아이들 성격이 나오네요.

욕심 많은 아이는 블루베리를 너무 많이 올려 와르르 쏟아지고, 섬세한 아이는 조심조심 두서너 개만 올립니다.

겁 많은 아이는 블루베리가 떨어지지 않게 고구마 무스 위에 살포시 박아 넣어요.

이제 완성입니다.

오븐에 넣기만 하면 돼요.


크로와상 타르트가 들썩들썩


이렇게, 고구마 무스 블루베리 타르트가 완성됐어요.


한 김 식힌 타르트를 왕! 크게 베어 물어요.

이즈니 버터 향이 솔솔 올라오는 촉촉한 고구마가 일품입니다.

파는 것 못지않네요.

아이들 얼굴 한가득 웃음이 피어납니다.

덕분에 준비한 선생님도 뿌듯해지네요.


접시에 소담히 담아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전해줍니다.

교무실에 다녀온 아이의 어깨는 한껏 치솟았네요.

선생님들께 칭찬을 한가득 받아온 덕분이겠죠.


힘든 만큼 달콤한 하루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를 찾아 헤맨 4200초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