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움 Sep 16. 2022

너를 찾아 헤맨 4200초의 시간

왁자지껄 특수학교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기한 일도 있고,

기절초풍할 놀라운 일도 있고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발함에 박장대소할 일도 많아요.

그리고 그 모든 행위의 주체는 아이들입니다.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일은 때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에 부치는 일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찰나의 반짝이는 순간을 마주하기에 특수학교만 한 곳도 없는 것 같아요.

한 번의 눈 맞춤과 웃음, 한 마디의 말로 울고 웃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사건사고도 많습니다.

그래서 특수학교에는 학생 수에 미치진 않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교직원이 필요해요.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충분히 대비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사건사고는 무엇이 되었건 일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이것도 결국은 사람의 일이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가끔은 사고가 생기고 맙니다.

그래도 교내에서 생긴 사고는 금방 수습이 가능합니다.

간혹 수업 중 아이가 간질발작을 일으켜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고요,

아이가 흥분 상태에서 펄쩍 교실을 뛰쳐나가거나, 위험한 돌발행동을 하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괜찮습니다.

대부분은 예상 가능한 행동 패턴을 보이거든요.

무언가에 자극받았을 아이를 진정시키면 금방 해결이 됩니다.

인력이 많다는 건 여러모로 유리해요.

아이가 어디로 튀어도 누군가의 시선엔 반드시 걸립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정말 가끔가다 생기는 교출(무단이탈)입니다.


저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중도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아이가 대부분이라는 거죠.

그런 아이가 보호자도 없이 교출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덩치만 컸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세 살 아이가 혼자 집 밖을 서성이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깁니다.

교출이 생기면 학교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져요.

제대로 비상상황입니다.


교내 CCTV로 아이가 교문 밖을 나서는 게 발견되면,

즉시 교내 모든 교직원이 동원되어 수색대를 꾸립니다.

최대한 빨리 흩어져서 아이를 찾아다니는 거죠.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말입니다.





어제, 오늘은 정말 드문 날이었어요.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교출이 이틀 연달아 발생한 겁니다.

그것도 아이들이 쏟아져 나가는 하교시간에요.


학교가 발칵 뒤집혔지요.

교내를 이 잡듯 들쑤시다가, 교출 소식을 듣고는 삼삼오오 수색대를 꾸려 학교 밖으로 뛰어 나갔어요.

일부는 차를 타고 큰 도로 주변으로 돌고요.

저를 포함한 여럿은 학교 주변 골목길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탐색을 했습니다.

숨바꼭질 좋아하는 아이가 구석에 숨어있을지 몰라서요.

빨리 찾아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고 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을 헤맸어요.

혹시 놀고 있을지 몰라 인근 초등학교 놀이터 미끄럼틀 통 속도 뒤지고요.

버스를 좋아할까 봐 큰길 버스정류장도 찾아봅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없이 쫓아다니니 길 가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봐요.

길 잃은 아이를 찾는 엄마 같아 보였겠지요.


애가 바짝 타들어가던 때,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를 찾았다고요.


아,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 감사합니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돌아가는 길에 골목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동료들을 만나요.

모두 하나같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습니다.

이제야 안심을 하고 웃어요.

아이를 무사히 찾아 정말 다행이라고요.


터덜터덜 학교로 돌아오는 길.

발등이 아픕니다.

급해서 신발도 못 갈아 신고, 슬리퍼 채로 뛰쳐나왔더니

발등에 빨갛게 물집이 잡혀있네요.

아무렴 어떱니까.

아이가 무사하다는데요.


어제와 오늘.

두 명의 아이를 찾기 위해 4200초의 시간을 보냈어요.

굳이 4200초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초 라도 빨리 찾게 되길, 간절히 바랐으니까요.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어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요.

알고보니 아이는 학교 인근 숲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더군요.

이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적어도 혼자 남겨진 두려움에 떨진 않았으니까요.

아이는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들의 노고는 몰라도 됩니다.

너만 행복했다면요.


다만, 이런 일이 두 번은 생기지 않아야겠지요.


발은 아프지만 마음은 편한 밤입니다.

오늘은 아주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존재가 더 이상 민폐가 아니게 되는 그날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