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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Oct 03. 2022

'나'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역할에 희석되지 않고 오직 '나'로 살아남기 위한 삶의 투쟁에 대하여

학교를 직장으로 둔 행정 업무자,

학부모에서 학생으로 이어지는 관계적 교사,

두 아이의 엄마,

안부를 가장한 출석 독촉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4년 차 요가 수련생, 

어느덧 8년 차가 되어버린 인문고전 독서토론 참가자(가끔 진행자를 병행하기도 하는),

그리고 브런치 작가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책임과 기대가 함께 부여되는 것.


주어진 책임과 역할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열심히 발버둥 치다,

나는 정작 내 이름 석자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혼란스러워져 버렸다. 


휘청이며 살다 보니

어쩌다 부여된 수식어 말고, 


제멋대로 남들의 시선에

함부로 붙여진 수식어 말고, 


고유한 나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것. 

나는 어떤 사람이던가.


유능한 사회인 이전에,

다정한 엄마 이전에,

그냥 그대로도 제법 괜찮은 '나'로.


그렇게 고유한 나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뻗어 나올 뿐이다.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한 어느 날의 후회,

타격감은 1도 없는 상사의 책망과

그 보다 호된 동료의 시선.

 

도무지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과

꼭 그만큼 정리되지 않은 너저분한 집안,

채 개켜지지 못한 빨래 더미와

미처 챙겨주지 못한 아이의 준비물,

결재일을 놓친 공과금 앞에

충분하지 못한 엄마의 자리.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이 흔들릴지언정,

나는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흔들리는 건 외부의 세상이지 내가 아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외부의 너는 나를 넘어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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