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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Oct 04. 2022

[동화#7] 모아 이야기

  현재의 아이와,
  한때는 아이 었던 엄마에게 다가온
  동화책의 작은 울림을 기록합니다.   

  *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 동화를 읽습니다.


    [책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이는 꿈이 뭐야?"

"나중 꿈, 지금 꿈?"

"나중 꿈은 뭐고 지금 꿈은 뭔데?"

"나중 꿈은 로봇 과학자인데, 지금은 닌텐도 3D 월드 쿠파 깨는 거!"

"쿠파 무찌르는 게 당장의 꿈이야?"

"당연하지!"

"쭈는 꿈이 뭐야?"

"나는 곰이(애착 인형)가 될 거야."


"그럼 엄마는 꿈이 뭐야?"

"엄마는, 작가 되는 거?"



덕분에 아이들과 실컷 꿈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금, 머리 위로 꿈 무지개가 뜹니다.


모두의 꿈이 궁금해지는 이야기,

[모아 이야기]입니다.


글그림 류한창,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사진출처: 예스 24)







여기 지구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명의 모아가 있습니다.

모아는 무지개 요정이에요.

그들은 각각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무지개 만드는 일을 하지요.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적어도 한 번은 모아를 만난다고 합니다.

다만, 기억을 못 하는 거라고 하네요.


어느 날, 모아들에게 전보가 도착했어요.


「무지개 경연대회」

- 주관: 요정협회 지구 지부

- 상: 1등(휴가 30년), 2등(휴가 20년), 3등(휴가 10년)

 


휴가 30년...?!


휴가에 목매는 건 사람이나 요정이나 같나 봅니다.

모아들은 고민에 빠졌어요.

수백 년 동안 만든 게 무지개인데,

무지개면 무지개지 경연을 할 건 뭔가요.

하는 수 없이 하나 둘 무지개 재료를 찾아 나섭니다.

네, 사람들의 '꿈'이요.





뜨거운 땅 모아는 카페에 걸린 아름다운 여배우의 사진에 홀딱 반했어요.

당장 여배우를 찾아 가기로 했지요.

그녀를 본 순간 모아는 얼어붙었어요.

왜냐면 사진 속 그녀는 벌써 50년이란 세월을 지나쳐 왔으니까요.

하는 수 없이 모아는 그녀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노인들의 꿈을 모았어요.


바위계곡 모아는 감옥에 갇힌 동물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울증에 걸린 곰,

실연당한 고릴라,

불면증 사자가 우리에 갇혀 있었죠.

모아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물들의 꿈을 모았어요.


갈색초원 모아는 허름한 동네의 아이들을 만났어요.

어른들은 모두 일하러 가고 아이들만 동네에서 놀고 있습니다.

모아는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요.


"장난감 공장을 세울 거예요. 비싸게 팔지는 않을 거예요. 저 같은 아이들도 멋진 장난감을 가질 수 있게요."

"좋은 회사를 차릴 거예요. 좋은 회사는 아빠, 엄마를 늦게까지 회사에 잡아두지 않아요."

"건축가가 돼서 우리 동네처럼 지루한 곳에 끝내주는 놀이터를 만들어 줄 거예요."


모아는 아이들의 꿈을 모았어요.





고래바다 모아는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빌딩에 매료되었어요.

멋진 건물만큼 멋진 꿈들이 모여 있을 것만 같았죠.

모아는 빌딩 속 가장 큰 방, 가장 큰 책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모두 돈, 많은 돈, 더더더 많은 돈, 좀 더 많은 돈.

돈 꿈으로 가득한 곳이네요.

모아는 생각했어요.


'생긴 것도, 나이도, 말투도 모두 다른데 어떻게 꿈이 다 똑같을 수 있지?'



새들의 땅에서 온 모아는 늦은 밤 건물을 타고 있는 밤손님을 만났어요.

도둑은 말했죠.

"내 꿈은 모딜리아니 같은 화가..."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더 이상은..."

모아는 아파트 벽에서 몇 명의 사람들을 더 만났고,

그들은 하나같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자, 모아들은 이들의 꿈으로 어떤 무지개를 만들어냈을까요?



도둑의 꿈 무지개는 비록 어두웠지만 그 사이 밝고 가느다란 빛줄기가 어둠을 가르고 있었어요.


노인의 꿈 무지개는 경쾌하고 귀엽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어요.


빌딩 속 사람들의 꿈 무지개는 진짜 이상했어요. 무지개를 보는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지요.



감옥 동물의 꿈 무지개는 자유로웠어요. 당장이라도 힘차게 뻗어 나갈 것처럼요.


변두리 동네 아이들 꿈 무지개는 너무나 평범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위엄 있게 빛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절로 희망이 차오르는 걸 느꼈어요.



무지개 경연대회 결과는...

안 봐도 알겠지요?









아주 오래전,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그친 날의 늦은 오후에

하늘에 선명하게 뜬 쌍무지개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신기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서,

저녁노을이 지고 밤이 어두워지도록 하염없이 창가에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중학생이었으니, 대략 20년이 더 되었네요.


지금 그 광경을 다시 봐도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 같아요.


왜... 한 겨울에 펑펑 함박눈이 쏟아져도 더 이상 반갑지 않은 것처럼요.

어쩐지 무지개도 심드렁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재미없고 식상한 무지개가 실상은 사람들의 꿈으로 만들어진다니,

거기다 재료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까지.


무지개 요정이 만드는 무지개는 식상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책을 덮고, 문득 모아가 제 꿈을 가져가면 어떤 무지개가 펼쳐질지 궁금해졌어요.

이왕이면 바닷속 해초처럼 하늘하늘하게 흔들리는 무지개였으면 좋겠네요.

설마, 노인의 꿈처럼 금세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노인의 꿈 무지개는 왜 금방 사라졌을까요?

첫째 현이에게 물어봅니다.


"현아, 할머니, 할아버지 무지개는 왜 금방 사라진 걸까?"

"모르지. 꿈을 이미 이뤄서? 배우 할머니도 배우 꿈을 이뤘잖아."

"꿈을 이루면 꿈이 없을까? 꿈은 몇 살까지 꿀까?"

"죽기 전까진 꾸겠지?"


현이의 말은

노인은 젊을 때 이미 꿈을 한 번 이뤄서 꿈의 농도가 짙지 않다는 뜻일까요?

음... 생각지 못한 답이었는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잊혀진 꿈들의 안녕이 궁금해지는 이야기

동화, [모아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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