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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ul 18. 2023

내 안의 고요가 나를 깨울 때

하루 10분의 명상

저녁 10시, 하루의 끝이 보일 시간 즈음이면 저는 요가매트 위에서 사바아사나(송장자세)를 하며 마무리를 준비합니다.

요가에서 사바아사나는 가장 어려운 자세라고들 합니다.

몸의 움직임은 멈췄으나 마음의 움직임은 계속되기 때문이지요.

마음의 움직임을 멈추는 게 어렵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자세로 꼽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제게 사바아사나는 미처 살피지 못해 흩날려버린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입니다.

누워있는 10분(그대로 잠이 들기도 합니다만...).

하루 중 내가 아니었던 것들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는 거지요.

호흡과 함께 마음의 동요가 멈추면 비로소 평화에 도달합니다.  


어질러진 마음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요.

종종거리는 동안 제 멋대로 튀어버려 여기저기 부딪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깨지고 얼룩진 마음의 조각들이 지쳐버린 정신을 뚫고 이곳저곳에 박혀버립니다.


머릿 속 생각을 호흡 한 번에 밀어내고,

마음을 가득 채운 안개도, 우울도, 분노도, 후회도 차례차례 밀어냅니다.

그렇게 모두를 비워내고 나면 결코 마지막까지 비워지지 않는 온전한 나, 흩어지지 않고 오롯이 이곳에 존재하는 '숨 쉬는 나'만이 남겨지게 되는 것이죠.

결국 나를 괴롭게 했던 마음의 정념들은 흩어져버리면 그뿐이라 더 이상 마음에 남겨둘 것도 담아둘 것도 아닌 게 됩니다.

데카르트는 Cogito, ergo sum(코키토 에르고 숨,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외쳤지만,

저는 '나는 숨을 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바꾸고 싶어요.

마지막까지 의심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나는 데카르트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요.


내 안의 고요가 진정한 나를 깨웁니다.

하루가 마무리 되는 시간, 저는 비로소 완성된 나를 마주합니다.





비가 계속 내려서 일까요. 몸의 무게를 마음의 무게로 착각하고 있는 것도 같아요.

제게 비어있는 시간을 견뎌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까딱 잘 못하면 마음의 울렁임이 순식간에 범람해 버려서요.

낮동안 정신을 다잡고 살다 보면 마음의 안위는 구석으로 처박아버리기 일쑤예요.

무기력은 마음의 항변인지도 모릅니다.   

자기도 알아봐 주라고요.


사소한 일로 마음이 많이 다치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작은 파편 조각들이 빠지지도 않고 그대로 박혀있는 걸 보면

털어내지 않고 부여잡고 있는 내 마음의 문제인 것도 같습니다.

부여잡고 아파하며 울적한 마음과 억울한 기분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죠.

날 서고 비뚤어질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요.


나를 찾는 연습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건져 올릴 연습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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