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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Mar 03. 2022

막내도 자란다

어리광쟁이 일 줄만 알았던 막내의 여섯 살 성장기

  우리 집 아이 둘은 누가 봐도 똑 닮은 외모를 자랑한다.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하던 날, 오빠와 똑같은 모습으로 똑 부러지게 할 말 다하는 다섯 살 아이는 누가 봐도 신기할 만했다. 남매의 등장에 일을 제치고 아이를 맞이하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날로 남매에게는 서로의 이름이 붙은 별명이 생겼다. 머리 긴 오빠와 머리 짧은 동생. 붕어빵 남매는 눈을 떠서 잠들기까지 늘 함께였다.  


  둘째는 유달리 오빠를 잘 따르고 좋아하는데, 항상 오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눈 여겨보고 똑같이 따라 했다. 놀이터에서 오빠가 우스꽝스러운 말을 하면 유심히 보고 있다가 뜻도 모르고 따라 말하며 웃고, 오빠가 태권도장에서 품새를 배우고 있노라면 매미 한 마리 인양 한 시간 내내 창가에 붙어 눈으로 열심히 동작을 따라갔다. 집에 와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품새 연습을 했다. 가끔 엄마가 유치원 가방에 수저통을 바꿔 넣을 때면, 항상 2층에 있는 동생이 오빠를 찾아왔다. 오빠는 갑작스러운 동생의 방문을 반갑게 맞았고, 동생은 오빠에게 무엇인가를 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다. 똑똑하고 야무진 동생의 곁에는 듬직한 오빠가 있었고, 나무 같은 오빠 곁에는 껌 딱지 동생이 붙어 있었다.      


  그러던 남매에게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2022년이 되어 여덟 살이 된 첫째가 유치원을 졸업한 것이다. 졸업식이 끝나고 유치원 앞에서 나란히 꽃을 든 남매는 평소와 같이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 오빠는 초등학교 입학에 들뜬 마음과 두려움을 토로하며 엄마에게 신나게 이것저것을 물었고, 동생은 곁에서 오빠의 새 책가방을 매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둘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근데 엄마, 오빠가 없으면 이상해.”

  “오빠가 유치원에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애?”

  “어...”     


  녀석,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더니 벌써부터 오빠 없는 유치원이 걱정이 됐나 보다. 왜 아니겠는가. 때론 밉기도 하지만 여섯 살 평생 가장 친한 절친이자 단짝이었던 오빠가 유치원을 떠난다는데. 홀로 남겨질 유치원이 걱정될 만도 할 터였다. 나는 괜히 주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딸도 이제 중간형님 되네? 밑에 동생들 들어오겠다.”

  “응!! 선생님이 다섯 살 동생들 들어온데!”

  “동생들 들어오면 처음엔 많이 낯설 텐데, 형님이 잘 도와줄 수 있지?”

  “응! 교구 하기 싫어서 울면 가르쳐주고, 밥 먹기 싫어하면 잘 먹을 수 있다고 칭찬(?) 해 줄 거야! 엄마 보고 싶어서 울면 달래줄 거야!”

  “오~ 좋은 형님이 되겠는데?”     


  둘째는 그제야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빠의 빈자리는 허전하지만 자기도 어엿한 형님이 되었다는 마음만으로 충분히 단단해질 수 있는 아이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3월 2일이 되었다. 오빠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둘째는 여섯 살 첫 등원을 시작했다. 나는 괜히 둘째의 옷매무새를 다잡으며 말을 건넸다.

     

  “여섯 살 달님이! 잘할 수 있지?!”

  “당연하지!”     


  둘째는 엄마와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홀로 씩씩하게 유치원으로 들어섰다. 항상 함께 들어가던 오빠는 유치원 입구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의 뒷모습에 제법 다부진 형님의 태가 나온다. 둘째는 마중 나온 선생님께 우렁차게 외쳤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멋진 형님 손달님입니다!”     


  그렇게 둘째의 유치원 홀로서기는 시작되었다. 언제나 막내일 수만은 없는, 하지만 담담하게 나아갈 둘째의 여섯 살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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