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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ul 15. 2022

엄마와 한강커피

엄마의 한결같은 커피 취향

  "엄마, 좀 어때요?"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리셨다. 느지막이 걸렸다고 해야 할지, 좀 이르다고 해야 할지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 재확산 소식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때에 누구보다도 빨리 걸리셨으니 이르다고 하는 게 맞겠다. 두 분 모두 연세에 비해 매우 건강하시기도 하고, 지난 3차 백신까지 그 흔한 통증 한 번을 겪지 않으셨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안부전화에 돌아오는 목소리도 나쁘지 않았고. 다행히도 두 분 모두 약간의 인후염 증상을 제외하고는 크게 고생하지 않고 계셨다.


  "엄마, 격리하느라 답답하진 않아요?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사다가 문 앞에 걸어놓을게요."

  "아니다. 입맛이 좀 없긴 한데 그래도 잘 챙겨 먹고 있어. 배달음식도 시켜먹고... 안 와도 돼."

  "그래도~ 먹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생기면 말해요. 금방 가면 되니까~"

  "그래 알았어. 다른 건 다 있는데, 커피가 떨어졌네."


  아, 커피...?

   

 




  세상은 넓고 내 좁은 소견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도 많지만, 내가 특히나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한결같은 엄마의 커피 취향이다. 나는 엄마의 커피를 '한강커피' 라고 부른다. 한강뷰가 보이는 멋들어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 '한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김연아가 맥심 커피 광고 모델을 할 때 '과연 연아는 저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 먹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은 장면이 있었다.


머그잔 가득 채운 커피...  믹스커피 세 봉지를 한 번에 털어 넣은 게 틀림없다.



  그렇다. 엄마의 한강커피는 '머그잔 가득 뜨거운 물을 담아 희석시킨 커피'를 뜻한다. 정량은 딱 믹스커피 1봉이다. 실제론 연아의 커피잔보다 큰 머그잔을 애용하신다. 믹스커피 1봉에 뜨거운 물 7 부선. 엄마의 한강커피 레시피다. 평생을 곁에서 지켜봐 온 엄마의 취향이지만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번은 여쭤본 적이 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요?"

  "응, 맛있으니까 먹지."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이건 커피라기보단 커피 향 첨가 차 정도 될 것 같은데?"

  "아냐, 커피맛 나~"


   뜨거운 커피가 (가득) 담긴 머그잔을 들어 조심스레 호로록 들이키는 엄마에게서 맥심 커피 광고 속 안성기 아저씨가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엄마는 나름대로 커피를 즐기고 계셨다. 낭만과 향수가 그득한 눈빛으로...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마시는 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맥심 믹스 사면되죠? 이따 사서 잠깐 들를게요."

  "아니, 안 와도 돼. 쿠팡맨 올 거야."

  "..... 알았어요."


    그렇게, 격리 중인 부모님 댁엔 한 번을 가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출처: 대문-픽사베이, 연아커피-동서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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