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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ul 25. 2022

작지만 강한, 아이(2)

  우선...


  바로 전 '엄마와 한강커피' 편을 쓸 때만 하더라도 몰랐다. 내리 두어 편을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로 쓰게 될 줄은... 이 망할 감염병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끝끝내 마지막 남은 사람들까지 모조리 감염자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듯...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무사했을까...?



*전편: https://brunch.co.kr/@whatdals/80



  다시 한번 말하건대, 나는 우리 아이들의 강인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두 아이 모두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감기와 수족구, 구내염을 비롯한 장염, 열감기 등등 자잘한 병치레를 놓치지 않고 해 왔다. 내 말은 단지 건강함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다. 이는 나의 믿음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년 전으로 돌아간 듯, 매일 아침 열을 재고, 컨디션을 체크하고, 영양제를 보충하는 일과가 시작됐다. 의학적이진 않지만 혹시나 체내에 침투했을지 모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순 있을까, 미지근한 식염수를 만들어 아침과 오후, 저녁에 걸쳐 비강과 구강을 세척하길 반복했다. 비강 세척을 싫어하지만 그것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싫은 게 분명한 아이들은 군말 않고 엄마의 요구에 응했다. 사실 반 협박을 하는 엄마가 더 무서웠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럭저럭 월요일 오후가 되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접촉 후 이틀이 지나고야 증상이 나타난다 하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부랴부랴 상비약을 점검했다. 교차 복용이 가능한 해열제 두 가지와 기침, 코감기약. 최근 들어 못 미더워진 낡은 체온계 대신, 새 체온계를 주문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으슬으슬한 날. 기분 탓인가. 그날 오후, 나는 목이 싸하게 따가워져 옴을 느꼈다. 급하게 따뜻한 차를 마셔보고, 도라지청과 꿀을 넘겨봤지만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몸도 으슬으슬하다. 제발 기분 탓이길...





  잠시 곁가지로 빠진다.

  때는 1년 전, 한창 셋째를 갖자고 조르던 내게 남편은 단호한 한 마디를 남겼다.


  "안돼! 나도 내 인생 살아야지!!"


   ... 아, 그렇지 참...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찍이 삼십 초반의 이른 나이부터 '나는 50에 은퇴를 해서 자기 인생을 살겠다. 내가 서포트해 줄 테니 일 좋아하는 당신은 정년을 채우라.'는 황당무계한 선언을 해, 아내로 부터 '그렇게 하라.'는 비웃음을 산 바가 있는 인물이다. 만 사십 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아버지를 보며 '결코 일만 하다 나이 들지 않겠다.'는 비장(?)한 다짐을 했다곤 하나, 실상은 그저 타고나길 아등바등거리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과는 영 동떨어진 사람인 것이다.


  "계곡 좋다~ 옛날이었으면 목 좋은 자리에 딱 걸터앉아, 시조나 읊으며 돌쇠가 구워주는 소고기 한점 받아먹는 낙으로 살았을 텐데. 내가 또 한 양반 하잖아?"


  .... 돌쇠에 소고기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양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전생에 고기 구워다 주는 돌쇠였는 가봐? 한 여름 계곡까지 무거운 석쇠 들쳐업고 올라가 소고기 구워다 주며 한 점 얻어먹지도 못해서 한이 맺힌 건가 베? 그때 시조 읊던 주인마님이 되게 부러웠나 보지?"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아내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 아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간헐적이고 심하진 않지만 뜬금없는 기침이었다. 예감이 좋지가 않았다. 황급히 근무 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증상 있는 것 같은데... 만약 확진이면 어떻게 할래? 그냥 다 같이 생활해서 한 번에 끝낼래? 아님, 역격리 할래?"


  질문을 했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먼저 코로나를 경험한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어설프게 격리하다 뒤 늦게 확진이 되면 마지막 확진자를 기준으로 온 가족 격리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곧 휴가철이기도 하거니와, 피할 수 없다면 한 번에 다 걸리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눈치 없는 남자는 도무지 예상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당연히 역격리 해야지. 확진돼서 격리되면 테니스 레슨 빠져야 돼서 안돼. 내가 안방 쓸게."


   ... 하... 가족들이 확진이 되냐 마냐 하는 상황에 테니스 레슨이 어인 말인가...


  "... 난 아파가며 자기 밥까진 못 차려줘. 어머님 댁 가~"


   여차하면 음식에다 비말을 잔뜩 뿌려놓을 수도 있고...


  "어~ 알아서 할게."

  



  

    창 밖에 비가 많이 내린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이불을 덮고 자야 될 것만 같은 날씨다. 밤이 깊어지자 첫째의 기침이 좀 더 심해졌다. 날씨 탓이겠지? 아직 만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이에게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하고 잠자리에 들게 했다. 다행히 둘째는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잠들기 전까지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반면 그 사이 내 컨디션은 확연한 몸살 기운으로 바뀌었다. 목도 낮보다 훨씬 더 아파왔다. 마스크를 낀 채 나란히 누워 아픈 목으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줬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나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내 놓았다. 기침을 하며 잠든 첫째와 평소처럼 고이 잠든 둘째를 내려다봤다. 아주 낮은 확률이라도 이 불안이 제발 기우이길 바랬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나는 잠든 아이들을 보며 주문을 외듯,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이 아이들은 강하다. 아이들은 강하다. 설령 확진이 된다 하더라도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이겨낼 거다. 우리 아이들은 강하니까.'


  나는 종합감기약 한 알을 삼키고 아이들 옆에 몸을 눕혔다. 잠자리에선 늘 활기찬 두 아이들의 발길질이 연신 몸을 두들겼지만, 뜬 눈으로 지새는 밤이라도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게 마음이 편했다. 나는 아침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리라 다짐하며 애써 잠을 청했다.


  바깥에서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건넛방에선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며칠 전, 코로나 확진 하루 만에 사망한 초등생 기사가 내내 머릿속을 떠다닙니다. 이유가 어떻든,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준비 없이 떠나보낸 황망한 이별에 남겨진 가족들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내 가족과 주변 모두를 위해 모두들 조심하시고,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3편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3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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