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끝에 서서

by 왓에버

해방은 늘, 먼 곳에 있었다.

닿을 듯 말 듯,

손끝에 걸쳐 있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터졌다.


기대했던 맛은,

늘 생각보다 짧았다.


학교가 끝날 때도,

군대를 전역할 때도,

나는 해방을 꿈꿨다.


그리고 터지는 순간마다

생각했다.


“이제 끝났구나.”


하지만 해방은,

끝이 아니었다.


짧은 달콤함 뒤에,

어김없이

공허가 찾아왔다.


마치 빠르게 녹아내리는 얼음조각처럼,

해방은 손 안에서 금세 사라졌다.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자유는,

곧 책임을 동반한다는 것을.


직장을 떠난 사람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고,

관계를 끊은 사람은

고독과 마주해야 하며,

시간을 얻은 사람은

방황을 견뎌야 한다.


해방이란,

구속의 반대말이 아니라,

다른 이름의 무게였다.


나는 그 무게에

오랫동안 짓눌렸다.


그리고,

조금씩 깨달았다.


삶의 리듬 속에서,

구속은 킥 드럼처럼 무겁게 울리고,

해방은 스네어처럼 짧게 튀어오른다.


킥이 땅을 붙잡을 때,

우리는 순간을 견디고,

스네어처럼 짧게 튀어오를 때,

잠시 숨을 쉰다.


구속은 킥처럼 땅을 때리고,

해방은 스네어처럼 공중을 찢는다.

땅을 딛지 않으면 튈 수 없고,

튀지 않으면 살아있을 수 없다.


나는 매일,

킥과 스네어 사이를 건너며

조용히, 살아남는다.


해방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스며드는 것이었다.


삶은,

끊임없는 구속과 해방의 반복이었다.


우리는

크고 거창한 해방을 기다린다.


하지만 진짜 해방은,

작고 사소한 순간 속에 숨어 있다.


햇살 아래에서 숨을 고르는 순간,

원하지 않는 말을 삼키는 순간,

견디던 것을 조용히 넘기는 순간.


그 모든 틈에,

해방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거대한 해방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매일,

짧은 해방을 살아낸다.


그리고 언젠가,

삶이라는 긴 구속이 끝나는 날이 온다면,


조용히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충분히 해방을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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