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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계란 Jun 11. 2019

09. 나만의 도전을 향해

홈스테이 눈치가 보여 잘 못 먹다 보니, 차가 없어 계속 걸어 다니다 보니, 점점 살이 급격하게 빠졌다. 나를 본 사람들은, 내가 손가락으로 밀면 쓰러질 것 같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빠지는 살에 신기해서, 매일매일 기록을 해보았고, 어느덧, 몸무게 앞자리가 7에서 5까지 내려왔다. 89달러로 무한대로 갈 수 있는 요가는 내 삶의 유일한 안락함의 장소인만큼, 하루에 세 번씩 갔다. 아주 급격하게 빠져서, 생리도 하지 않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조금만 상처가 나도, 붓고 또 부어 항생제가 필요했었다. 계속 안 먹다 보니, 먹기만 하면 토를 했고, 다리가 아파 파스를 붙이며 살았다. 어쩌면 몸보다 마음이 아프고 시린 날이 많았다. 그렇게 가망성 없어 보이던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미스코리아 USA가 LA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년 전, 대외활동으로 만난 몇몇 언니가 미스코리아, 미스 유니버시티에 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한 번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LA도 꼭 가고 싶었고,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미국 생활에 슬픈 기억보다 뭔가 좋은 추억 하나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홈스테이 집에서 셀프로 찍은 사진과 함께, 지원을 했고, 5월 20일경 때쯤, 뜻밖에 결과를 하나 받았다.                     


                                                                                                                                            

초대장을 받고 처음에는 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덕분에 티비 속에서만 보던 드레스샵을 다니며, 예쁜 드레스도 몇 벌 입어봤다. 하필 프롬 기간과 겹쳐서 드레스 가격이 굉장히 비쌌고, 주문이 밀려, 한두 달 전에 주문을 해야 가능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비키니는 부끄러웠으며, 운동화만 신던 내게 하이힐은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드레스 가격은 한 달치 방값이라, 비행기 값도 한 달치 생활비라,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돈도 돈이었지만, 내게는 취업 면접이 많이 잡혀 있었었고, 운전면허도 해결해야 했으며, LA는 정말 낯설고 머나먼 곳이었다. 





물론 아주 많은 고민 끝에, 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솔직히 난 미스코리아가 될 만큼 예쁘지도 않고, 외모에 많은 관심도 없고, 서류가 될 거라는 생각에 지원을 한 것도 아니었고, LA까지 가는 경비, 드레스 모두 엄청나게 부담되었으며, 내게는 직장을 찾고, 이사를 하고, 운전면허를 따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평생을 뚱뚱하게만 살던 내게,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자신감을 주었으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아마 대회가 서부가 아닌 가까운 동부였더라면 난 나갔을까? 드레스 가격이 이렇게 비싸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나가지 않았을까? 삶에 이런 일도 있다. 여자가 살을 빼는 것은 긁지 않는 복권이라는 게 정말 맞는 말일까? 이 대회 서류 통과와 함께, 내게는 좋은 일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Job offer, 운전면허증, 첫 차 등. 외모는 타고난 것도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관리 또한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때처럼 날씬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운동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몸보다는 마음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중이다. 미스코리아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한 여자의 미국에서의 시도는 내 삶의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될 거라 확신하며, 다음을 기약해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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