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떻게 디스인포메이션으로 전략적 공격을 하는가?

디스인포메이션 공격 플레이북 : 체계적 조작의 8단계 전략

by 박찬우

제7화 '탈진실 시대, 브랜드 어떻게 살아남을까?'에서 우리는 탈진실 시대 브랜드 매니페스토, 5가지 핵심 원칙을 살펴보았습니다. 그중 첫 번째 원칙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이해하라 (Master the Medium)'였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가 마스터해야 할 소통 방식의 어두운 이면, 즉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을 활용해 전략적 공격을 가하는 불신 조정자들의 방법을 깊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이 분석은 그들의 전략적 공격 방법을 활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해결 방법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디스인포메이션의 전략적 공격은

제2화 '가짜뉴스 전성시대, 무기가 된 거짓말'에서 '디스인포메이션(조작된 정보 : Disinformation)'은 '대중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만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확산되는 정보들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으로 설명드렸습니다.


이러한 디스인포메이션은 단순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와 달리 명확한 의도성을 내포하며, 사실과 조작된 정보를 교묘하게 혼합하거나, 과거의 오래된 사진, 영상, 뉴스 등을 현재의 사건인 것처럼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외형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그 진위를 판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디스인포메이션의 목적과 전략은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단지 단기적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진실을 미루는 게 목적이라면 의심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미루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진실을 말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즉 정치적, 이념적 차원의 장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불신을 조장하는 전략적 공격으로 나타납니다.


전략적 공격의 목표는 ‘설득’이 아니라 ‘혼란’과 ‘냉소’입니다. 엄청난 양, 고속 반복, 상호모순까지 감수하며 피로와 무력감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플랫폼과 이용자 심리를 체계적으로 파고듭니다. 즉 디스인포메이션의 전략적 공격은 ‘한 방의 명중’이 아니라 ‘많은 빗나감’으로 승부합니다.


이러한 공격들은 더 이상 즉흥적이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정보전 플레이북과 다중 플랫폼 동조화 전략을 사용하며,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을 정밀 타기팅합니다. 브랜드들이 이해해야 할 핵심은 이것이 단순한 평판 관리 문제가 아닌, 비즈니스 연속성과 주주 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리스크라는 점입니다.


성공적인 방어를 위해서는 공격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사전 대응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불신 조정자들의 전략적 부정론이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공격 메커니즘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 디스인포메이션이 만들어져야 한다 (Creation)

이 단계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허위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입니다. '제작' 단계는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고, 정보의 취약점을 악용하며, 고도의 기술과 저비용 조작을 넘나드는 치밀한 설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도화된 기술의 검은 유혹: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현대 사회에서 디스인포메이션의 제작은 더 이상 단순한 거짓말의 영역을 벗어나 고도로 체계화된 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은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누구나 손쉽게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허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 기술의 중심에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는 AI 알고리즘이 있습니. 마치 위조지폐범과 경찰의 끝없는 추격전처럼 '생성자'는 점점 더 정교한 가짜를 만들어내고, '판별자'는 더 날카롭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상호 경쟁적 학습을 통해 결국 인간의 눈으로는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 가짜 이미지, 영상,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스크린샷 2025-09-25 115854.png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을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딥페이크 영상 캡처

이 기술의 파괴력은 정치 영역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벨기에 총리가 코로나19와 기후변화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 파키스탄 전 총리가 총선 거부를 선언하는 장면,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을 촉구하는 모습 등 - 이들은 모두 완전히 조작된 딥페이크 영상이었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AI로 합성된 목소리가 유권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투표소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조작하는 가짜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선거 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위협했습니다.


공격의 준비 단계: 대중의 '빈틈'을 찾다

디스인포메이션 제작자들은 무작정 가짜 콘텐츠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먼저 '데이터 보이드(Data Voids)'라고 불리는 정보의 공백지대를 찾아냅니다. 검색 결과가 희박하거나 아예 비어있는 주제들, 새로 등장한 사건이나 신조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명 등이 그 타깃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빈틈은 선점과 조작이 쉽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런 빈틈에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하거나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는 콘텐츠를 유포하여, 사람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줍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자신의 건물을 가장 먼저 짓는 것과 같습니다.



간단하고 싸게, '치프 페이크(Cheapfake)'의 위력

놀랍게도 현실에서 가장 효과적인 디스인포메이션은 첨단 딥페이크 기술이 아닌 '치프페이크'라는 저비용 조작 기법에서 나옵니다. 영상의 재생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자막을 왜곡하고, 맥락에 맞지 않게 영상을 편집하는 등의 단순한 방법들이 오히려 더 파괴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동영상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재생하는 방식으로 조작한 가짜뉴스

대표적인 사례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연설 영상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편집해 마치 그녀가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경우입니다. 이러한 치프페이크는 제작 비용이 낮고 전파 속도가 빠른 반면, 반박과 정정에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시간을 조작하는 기술: 과거의 재활용

가장 교묘한 허위정보 제작 수법 중 하나는 시간의 맥락을 조작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가짜 콘텐츠를 만드는 대신, 과거에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의 진짜 자료를 현재의 다른 상황에 맞춰 재포장하는 방식입니다. 2012년 스페인 마드리드 광부 파업의 실제 사진이 2017년 카탈루냐 독립투표 시위 현장 사진으로 둔갑해 유포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수법의 위험성은 콘텐츠 자체가 완전히 진짜라는 점에 있습니다. 기술적 조작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아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며, 오직 시간적 맥락과 상황적 배경만 바뀜으로써 강력한 허위정보로 변모합니다.


두 번째 : 디스인포메이션이 널리 퍼져야 한다 (Dissemination)

현대 사회에서 디스인포메이션의 확산은 체계적이고 정교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단 제작된 디스인포메이션 단순히 무작위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여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는 전략적 유포 과정을 거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박찬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11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