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4시에는 한글학교에 간다. 비가 살짝 내리고 감기 환자도 많아서 이번 주 참석자들이 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내가 가르치는 고등학생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 두 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한 새싹반이라고 우리 막둥이가 소속된 반의 선생님께서 아파서 못 나오셨다. 그래서 고등학생들과 새싹반으로 지원을 나가기로 했다.
한글학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국문화 배우기와 저녁 식사를 한다. 오늘의 한국문화체험은 “깍두기 담그기”이다. 한국의 어린이집에서 이 시즌에는 김장체험을 하는데, 비교적 준비하기가 수월한 깍두기를 만들어 보는 듯하다. 전도사님께서는 미리 속재료를 만들어 두셨고, 큰 무를 아이들이 쉽게 썰 수 있도록 작게 나눠 놓으셨다.
아이들은 잘라진 무를 하나씩 배정받아서 플라스틱 칼로 잘게 자르는 것을 체험했다. 매우 쉬운 일이나 아이들이 하기에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하는 모양처럼 정사각형으로 잘 잘라지지 않았다. 잘린 무에 속재료를 버무리는 작업도 아이들은 쉽지가 않다. “나 매운 거 안 좋아해!. ”, “이거 어떻게 섞어야 해!”, “도와주세요!”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오늘 저녁 메뉴는 피자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피자가 많이 있었는데, 역시 치즈피자가 인기가 제일 많다. 나와 큰딸은 치즈를 별로 안 좋아해서 손이 안 가는 피자인데, 미국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치즈피자를 많이 좋아하는 듯했다. 나는 데리야끼 피자를 선택했다. 피자헛에 이런 메뉴가 있는 줄도 몰랐다. 꽤 먹을만했다. 한국 피자헛에서는 주로 고구마가 둘러진 피자를 즐겨 먹었는데, 미국에 와서 다양한 체험을 해본다.
저녁을 먹으면서 play time를 갖던 아이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교실로 이동을 한다. 오늘 내가 맡은 새싹반 아이들은 10명 정도 된다. 오늘은 ‘ㄷ’ 자가 속한 글씨를 공부하면 되죠? 오늘은 ‘다, 더, 도, 두, 드, 디’라는 글자를 공부합니다. 다람쥐의 다, 더 주세요의 더, 도레미의 도, 두부의 두, 드럼의 드, 디귿의 디라고 두세 번 반복적으로 따라 해 보자 했다. 다람쥐를 설명하기 위해 나무 위에 항상 올랐다니는 동물은 무얼까요? 두부는 tofu라고 하는데, 하얀색이고 네모난 모양을 갖고 있어요, 드럼을 보여주기 위해 이미지 검색을 해주며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주어진 유인물에 글씨를 쓰기 전에 이름을 써보라고 시켰다. 아이들이 쓴 이름을 보는 것 만드로도 재미있다. 트리니티 (영어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한국어로 바꾼 아이), 엘 5ㅣ(ㄹ를 반대로 써서 숫자 5를 쓰는 아이) 등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핑크색종이를 나눠줬다. 오늘 배운 글자 중에서 꼭 쓰고 싶은 글자 두 개를 골라서 핑크색종이의 앞면과 뒷면에 써서 제출해 주세요. 글자 인기투표를 하는 것이다. 모두 수거해서 5개 글자를 적고 횟수를 카운트해보니, ‘다’와 ‘더’라는 글자를 가장 많이 적어 주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고 2교시로 넘어간다. 감기 기운이 있는 우리 막둥이는 잠이 들어 들었다. 지난 시간에 배운 ‘ㄱ’ 자가 속한 문자 글씨를 공부하면 되죠? 복습으로는 ‘가, 거, 고, 구, 그, 기’라는 글자를 공부합니다. 가방의 가, 거북이의 거, 고구마의 고, 구피의 구, 그림의 그, 기차의 기라고 반복시켰다.
지난 2022년 10월 9일은 제576돌 한글날이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한국어로 써진 간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미국 아이들도 K –POP을 좋아해서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놀이를 한글로 말하는 백인 아이들을 본 경험이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의 한글을 잘 가르쳐주고 한인이 되고 싶다. 재외동포재단에서는 한글날을 기념하여 한글을 배우고 사랑하는 전 세계 한글학교 학생을 공모전이 있다. 이날을 기념하여 제출했던 둘째 딸의 작품이 ’ 우수상‘으로 선정되어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