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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대한항공타고 한국가유

by 만박사



2년마다 꼭 한국에 가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미국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국 사람이다. 맘속으로는 늘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면 그날만 기다리게 된다. 오늘이 바로 그 기다리던 날이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괜히 설레고 괜히 분주하다.

한국에 가는 이유는 참 여러 가지다. 가족도 보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친구들도 그립고… 그런데 이번 여행은 좀 특별한 목적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 이제 갓 7살이 된 딸아이에게 초등학교 1학년을 미리 체험하게 해주고, 또 한국의 다양한 학원 문화도 직접 겪어보게 해주려는 것이다. 평소에 ‘한국에서 초등학생은 어떻게 지낼까?’ 늘 궁금해하던 아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기대도 크다.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 3년 5개월을 살았고, 지금은 미국에서 3년 9개월째 살고 있다. 그러니까 거의 반반씩 산 셈이다. 아이가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 가르쳐왔다. 집에서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책도 꾸준히 읽혔고, 한국 유튜브도 보여주고, 한국 동화도 들려주고… 그런데도 어느 순간 보니, “저 1학년이예요”가 아니라 “1학녕이예요”라고 한다. 듣고 있다 보면 귀엽기도 하고,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

숫자도 마찬가지다. 열아홉을 말할 때, 한 번 머릿속으로 ‘나인틴’이라고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어로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언어가 머릿속에서 섞여서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이 시기에 뭘 얼마나 어떻게 접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더 부지런히 다녀볼 생각이다. 학원도 여러 군데 체험해보고, 초등학교도 구경해보고, 또래 친구들도 만나게 하고… 시간이 짧지만 알차게 보내고 싶다.

오랜만에 공항에 오니까 괜히 기분도 좋아지고, 여행 떠나는 느낌이 제대로 든다. 긴 장거리 비행이라 좀 걱정도 되지만,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하필이면 탄핵 선고일이 4월 4일로 잡혀 있어서, 형사로 일하고 있는 동생은 요즘 무척 바쁘다고 한다. 우리 도착했을 때 공항에 마중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엄마한테 어젯밤에 카톡으로 목요일 점심쯤에 생굴을 좀 사다 놔 달라고 했다. 한국 오면 꼭 마음껏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단연코 굴이다. 싱싱한 생굴에 초장 푹 찍어서 한 입 먹으면… 아, 상상만 해도 벌써 군침이 돈다. 이번엔 진짜 원 없이 굴 먹고 올 거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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