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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수영을 열심히 배우고 온 막둥이가 요즘 자꾸 수영장에 가자고 졸라댄다. 하루는 비가 오고 날씨가 너무 쌀쌀해서 안 된다고 했고, 또 하루는 일정이 너무 바빠서 못 간다고 했는데, 결국 3시간 일찍 집에 들어오는 날엔 온 가족이 수영장에 끌려가고 말았다. ㅋㅋㅋㅋ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조르는 그 끈질긴 성격이 꼭 나를 닮은 것 같다. 마냥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열정이 기특해서 지켜보게 된다.
막둥이가 미국에서도 계속 수영을 하고 싶어 하니, 나도 이참에 레슨을 시켜야 하나 싶어서 수영장에 비치된 신청서를 하나 들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세미가 수영하는 걸 한번 봐봐" 하고 보여줬더니, 레슨은 꼭 안 시켜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자주 오기만 하면 실력도 금방 늘 것 같다며, 일단은 레슨 신청은 미뤄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주일 중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세 번은 꼭 오기로 정했고, 10일 토요일부터 사용할 수 있는 한 달짜리 패스를 끊었다.
이 패스는 아이만 따로 살 수는 없고, 반드시 어른도 같이 구매해야 하는 방식이다. 한 달 이용료는 어른은 50달러, 아이는 20달러인데(예전에는 15달러), 가족이 함께 구매하면 1달은 5% 할인이 적용되고, 3개월치를 한꺼번에 구매하면 1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멤버십 카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이 카드도 만약 분실하게 되면 재발급에 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받았다. 안내데스크에서 단말기에 카드를 찍으면 직원이 팔에 붙이는 종이팔찌를 주신다.
막둥이는 물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얼굴이 환해지고, 정말 즐거운 듯하다. 중학생이 된 큰애들은 2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고, 나는 막둥이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옆에서 팔 동작이나 자세 같은 걸 살짝살짝 코치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수영을 배우러 먼 데까지 일부러 찾아가야 했는데, 이렇게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이런 수영장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일요일에 세미 또래의 언니를 데리고 갔는데, 이 아이가 배영하는법을 알려주니, 바로 따라하면서 숨은 실력을 뽐냈다. 아직 세미는 자유형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고, 배영은 시작단계이나 팔 돌리는것을 더 해야한다. 평영은 내년에 한국가서 다시 레슨을 받아야 할것같다.
게다가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는 섬머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예전에는 일주일 단위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본 적도 있다. 다양한 연령대 아이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놀면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 단순한 수영 그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수영 시즌이 시작된 만큼, 막둥이의 열정과 함께 우리 가족의 물놀이 생활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