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64
하루종일 비가 온다. 한국은 남부 지역까지 폭설이 내려서 눈길 걱정인데, 미국 동부인 이곳에서 아직 눈 구경을 못했다. 남편은 긴 휴가로 집에 있고, 큰아이는 평소처럼 7시 7분에 집을 나섰고, 둘째는 8시 18분에, 막둥이는 8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오전 10시에는 남편 친구가 놀러 와서 잠시 차를 마시고 갔다. 여기저기에서 선물로 받은 차를 처음 뜯어보았다.
미국에서 15년 이상 살아온 남편의 대학 친구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남편이 혼자 미국에 와서 살 때부터, 우리가 차를 구매할 때도, 다 적어 내려갈 수는 없지만, 암튼 우리 가족에게 큰 은인임은 틀림없다. 오늘 또 여러 가지(여행, 집 구매 노하우등)로 많은 공부를 했다.
아이들이 순서대로 집에 도착하고, 큰 아이는 4-6시까지 미술학원에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회로 달려가 24일 공연에 대한 리허설을 했다. 다섯 살도 안된 꼬마가 연구도 하고, 수화로 성경말씀도 암송하고, 율동하며 노래 부르기도 한다. 요셉과 마리아에게 아기천사로서 “곧 아이가 태어날 거예요. 그 이름을 예수라 지으세요. 그 아이는 좋은 아이가 될 거예요.” 하얀 천사 날개를 입고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귀여웠다.
저녁 시간에 모여서 어떤 분이 식사를 시켜주셨다. 중국음식인데 이렇게 배달도 되는지 몰랐다. 식사를 간단히 하고 몇 번의 리허설을 마치고, 우리 가족의 합창 연습을 하게 되었다. 남편도 있어야 하지만 집에서 같이 하기로 하고, 나랑 큰딸, 작은딸과 ‘저 들 밖에 한밤중에’를 불렀다. 피아노 반주에 오랜만에 노래를 하려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서 나오는 이 자신감인지, 열심히 하기는 했다. 하하하
밥을 먹고 있는데, 내일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교육청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번에는 코드 블루 더니 이번에는 코드 레드이다. 내일 가서 방학한다고 친구들과 인사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기대가 아주 컸는데. 등교를 못 하게 되어 큰애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학교를 안 간다니 너무 좋아한다.
9시경에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회에서 아이들 선물용으로 기프트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고 해서 자청해서 마트에 간다고 했다. 집과 가까운 곳이고 아이들과 같이 가는 곳이라 갔는데 여름 장맛비처럼 비가 쏟아졌다. 그동안 기프트 카드를 받기만 했지, 사 보기는 처음이다. 맘에 드는 기프트 카드의 모양을 고르고,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었다. 그 뒤에 금액을 입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18번을 반복하고 결국 구매를 완료했다. 금액이 정해진 카드를 사는 줄 알았다. 10불, 20불, 100불 이렇게 그림이 다르게 정해져서 판매되는 줄 알았다. 미국에 와보니 안 해본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