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73
날씨가 많이 풀렸다. 집 근처 큰 호수가 있는 공원에 갔더니 호수가 다 얼어버렸다. 5살 꼬마가 그 위에서 걸어 다녀도 전혀 깨질 것 같지 않은 얼음이었다. 난생처음 얼음을 밟아보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식재료를 사러 가기 위해 코스트코에 갔는데, 사람들이 참 많이도 왔다. 코스트코 약국에서 꼬마의 코비스 백신 3차 접종을 하러 오라 하여 같이 갔다.
연말에는 보통 가족과 함께 TV에서 방영되는 보신각 타종행사를 본다. 여긴 미국이므로 오전 10시에 이미 인터넷으로 방영되는 live 방송을 보게 되었다. 타국에 있으니 이런 느낌이 야릇하다. 한국은 벌써 2023년인데, 아직 우리는 14시이나 남았네.
마지막 날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우리 집에서 지인의 가족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요즘 오후 5시면 해가 지므로 4시 정도에 만나서 놀다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인의 집은 아파트고 우리 집은 타운하우스라서 우리 집에서 모임을 자주 한다. 양쪽에서 음식을 준비해와서 같이 먹기로 했다. 우리는 프랑스 소고기 스튜인 비프 부르기뇽과, 새우샐러드, 홍합탕 등등을 준비했고, 그 친구 집에서는 쫄면, 돈가스, 회를 가져왔다.
미국에서는 회를 먹기가 쉽지 않다. 지난여름에 뉴저지의 바다이야기라는 식당에서 먹어보고 오늘이 두 번째이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회를 좋아하는지, 주문 리스트가 너무 많아서 6시 50분에 픽업을 오라 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지하에서 열심히 뛰어놀았다.
우리 가족이 교회를 나가면서 여러 가지 삶의 패턴이 달라졌다. 성도가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송구영신 예배라는 것이 있는지 몰랐다. 오후 11시 30분경에 교회 예배가 시작되고, 밤 12시가 넘어가면 목사님께서 새해가 밝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모임에 왔던 지인의 딸이 따라가고 싶다고 하여, 여섯 명이 같이 나섰다. 순서도 안에는 2023년에 이루고 싶은 6가지를 쓰는 종이가 있었다.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건강을 해를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고, 우리 딸들이 쓴 것을 몰래 훔쳐보니, 엄마 아빠 속 썩이지 않게 해 주세요. 뭐 이런 내용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