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반복되는 일상이나 루틴이 무료함이나 권태, 무기력이 아닌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버스 기사 패터슨의 삶을 거리를 두고 조용히 관찰하며, 반복되면서도 반복되지 않는 삶에 대해 고찰한다.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매일 아침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의 품에서 잠에서 깬다. 시리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로라가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챙겨 버스 운전을 하러 간다. 본격적으로 버스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버스 운행 중에는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다. 퇴근 후 로라와 하루 일상에 대해 대화하고, 반려견 마빈을 산책시키며 동네 작은 펍에 들른다. 그리고 맥주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패터슨은 그 사이사이에 틈틈이 시를 쓴다. 로라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시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시는 패터슨에게 특별한 존재이다. 유일하게 패터슨이 크게 좌절감을 보이는 시점도 반려견 마빈이 그의 시집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던 순간이다. 그리고 그가 낙담에서 다시 회복되는 순간도 시를 적어낼 빈 공책을 새로 선물 받을 때이다.
시를 쓰는 것은 운율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이는 반복 속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시는 자신만의 운율을 지닌 채, 반복되면서도 변화하는 형태로서 패터슨의 삶에 자리 잡고 있다. 버스기사의 삶이 단조롭지만 매일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처럼, 패터슨의 삶도 운율로서 반복된다. 다이내믹하고 에너지 넘치는 삶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은은하게 자신만의 단단함을 구축하는 삶의 모습이다.
닻을 내린 배처럼, 우리는 정착 속에서 멀미를 멈추고 안정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때론 과도한 변화보다 꾸준함과 지속성, 고요함이 버팀목을 빚어내고 삶을 지탱해 준다. 그 기반 위에서 작게나마 차이와 변화들을 음미하는 것이 단단한 삶 속에 색깔과 매력을 더해준다.
결국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과 루틴에 젖는 것이 아니라, 작게나마 차이를 만들고 음미하려는 노력이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패터슨이 시를 쓰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탱해 내도록 만드는 무언가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운율처럼 반복되면서도 반복되지 않는 삶, 단단함 속에 다채로움이 더해지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