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사랑의 향기가 퍼지는 영화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 떠오른 감정들. 슬픔, 이별, 사랑, 행복. 이런 감정들이 유독 이 영화에만 있는 건 아닌데 유난히 더 오랜 여운을 남겼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지뢰처럼 묻힌 일상을 살아야 하는 우진의 삶. 시한부의 행복 끝에 매달려 있는 엄마와의 이별을 감당해야 할 지호의 작은 가슴. 가족을 두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구름나라로 가는 빗방울 열차를 타야만 하는 수아의 슬픈 사랑. 불안한 상황은 상상만으로 잔인하다. 이런 감정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오롯이 내 것으로 다가왔다.
보이지 않는 슬픔이 강물처럼 고요히 흐르고, 침묵의 무게가 가슴을 누르는 갑갑함을 견디면서 꾸역꾸역 끝까지 보게 만든 건 도입부의 펭귄 동화가 깔아놓은 복선의 희망 때문이었다.
화려한 액션과 환상적인 CG가 넘쳐나는 요즘 영화에 비하면 한적한 시골길 같은 영화다. 등장 인물도 몇 명 되지 않고, 충북 영동을 배경으로 한 시골집과 수영장, 학교가 전부다. 로맨틱 멜로 영화로 150만 명이 손익 분기점인데 260만이 관람했다. 2018년에 나온 영화지만 이미 일본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치고는 꽤 흥행을 한 셈이다. 슬픔과 이별의 감정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동화로 시작한다.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의 이야기가 확실한 결말의 복선을 암시하고 있어 아마도 끝이 궁금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가슴 찡하게 눈물샘을 자극했던 첫 번째 장면은 지호가 친구 아버지 차에 비누칠을 하고 돌아오면서 아빠에게 울먹이며 하는 말.
"서빈이네 아빠 차 세차하면 비가 온다고."
"엄마 가는 거 아니지. 그치."
"나랑 아빠랑 꽉 잡고 있으면 되잖아. 아무 데도 못 가게 꽉 잡으면 되잖아"
어린 지호가 느끼는 이별의 슬픔에 대한 크기가 얼마나 크고 간절한 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곧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학예발표 때 머뭇거리던 지호가
"나는 청소를 잘한다. 청소기는 너무 세게 틀면 안 된다. 먼지가 더 안 들어온다. 나는 빨래도 잘한다. 빨래는 팡팡 털어서 널어야 한다. 나는 머리 감는 것도 잘한다. 머리를 감을 때는 절대 손톱으로 하면 안 된다. 나는 요리도 잘한다. 계란 프라이는 약한 불에 계란을 탁 쳐서 살짝 벌려야 한다... " 초등학교 1학년 지호가 '꿈꾸는 그날'을 받아들여할 현실의 무게가 또 한 번 가슴을 누른다.
우진은 수아를 위해 장마로 터널 앞에 쌓인 나뭇가지를 치운다. 떠나는 그녀를 보기 위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달려가는 모습에서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슬픔의 크기는 같다.
우진과 수아의 사랑은 애틋했고, 반전이었고, 미래로 가서 본 과거에 이미 정해져 있던 결과였다. 사랑의 과정들이 일기장에 소개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우진이 수아를 사랑했지만 수아도 이미 우진을 사랑하고 있었다. 8년 후의 슬픈 미래를 보고 온 수아였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다시 사랑하기 위해 지금 만나러 가는 기차에 주저 없이 오르게 된다.
이별의 슬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사랑과 행복 그리고 희망이라는 또 다른 감정으로 승화시켜 가슴 따뜻하게 만들어 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가슴 텁텁한 요즘 다시 보기에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