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 하는 것, 안 하기란...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by 벽우 김영래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을 볼 때마다 복선으로 깔리는 대사가 있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라.' ' 이러저러한 것을 하면 절대 안 된다.'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직감할 수 있는 것은 그 대사가 실현됨으로 인해 사건이 그것에 따라 전개되리라는 어렵지 않은 예상을 하게 된다. 그 드라마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한 어리석음이 어떻게 망부석이 되었고, 전설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이런 견딜 수 없는 호기심은 인류를 발전시키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견딜 수 없는 굴곡의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전설의 고향 같은 호기심은 아니지만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반복되는 복선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다. '봄, 가을철 쓰레기 태우지 마세요.' '논, 밭두렁 태우지 마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라는 것에 관해 단 한 번의 의심도 하지 않은 듯 스스럼없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 강원도 지역의 대형산불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모처럼 따뜻한 봄날 같은 날씨였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산불화재 출동지령이 떨어졌다. 소방차가 현장으로 달려가는 중에 또 다른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소위 소방관들이 말하는 쌍불(동시에 각각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일컫는 말)이 난 것이었다. 예비로 남아 있는 소방차에 행정인력들이 탑승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바람이 꽤 불어서 이미 사무실 뒤에 있는 작은 야산을 타고 넘어 인가 근처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야트막한 산이었지만 맨 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경사를 압력이 찬 소방호수를 대원 2-3명이서 끌고 올라갔다. 불길이 번져가는 머리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가까스로 진압되었다.

어느 정도 현장이 정리되고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보니 라면박스에 가득 찬 폐지를 태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현장에서 쓰레기를 태운 노인은 관계기관에서 신병확보를 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도 크다. 어제만 해도 시청 산불진화대원과 소방공무원 등 100여 명의 인력과 20여 대의 장비가 동원되었다.

산불1.jpg 산불은 야산을 타고 넘어 밭에 심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소방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들에 의해 가까스로 잡혔다.


이런 현상들은 매년 술래잡기처럼 반복되고 있다. 농작물 쓰레기 등을 소각하면서 많은 연기가 나니 화재 신고가 빈발하고 소방차 출동도 잦다. 요즘은 태우는 방법이나 시간이 진화(?)하고 있다. 새벽이나 어둠이 내린 늦은 시간에 태우지만 여전히 화재 신고가 들어오고 소방차는 출동을 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괜찮을 줄 알았다.' 혹은 '사람들이 안 볼 때 빨리 태우려고 했다.' 등등 변명이 대부분이다.

태우지 않을 생각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 하는 것일까? 태워버려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하찮은 쓰레기니까 그냥 태워 버려야겠다는 무심한 생각, 혹은 처리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태워버렸을 때 남는 홀가분함의 카타르시스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인가. 어떤 연유에서 그런 행동들이 반복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사람들에게는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전설의 고향처럼 저주의 망부석이 되거나 소중한 것을 잃는 아픈 사연들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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