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최신 폰 쓰면 안 되나!

by 벽우 김영래

퇴근해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휴대폰 전화기 요금제를 바꿨다며 얘기를 꺼냈다. 며칠 전 사무실로 전화해서 한 얘기가 똑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아내는 휴대폰을 바꾸고 6개월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금제를 바꿔야 한다며 이러저러하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말투가 점점 나를 향한 원망조로 변해있었다.

"나한테는 8만 원 요금제가 필요 없어. 3만 원 요금제로는 쓸 수가 없고, 5만 원 이상되는 5G 요금제만 사용해야 된데."

"그냥 편하게 쓰세요." 귀찮다는 투로 대꾸를 했다. 그래도 투정은 계속됐다.

"나한테는 필요 없어. 집에만 있는데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어. 지난번 기계도 쓸만했는데. 할부도 아직 50만 원이나 남았어."

슬슬 열이 올랐다.


5월 중순 경. 아내는 4년을 넘게 사용한 휴대폰이 오작동된다는 얘기를 했다. 전화가 분명 안 왔는데 내가 전화를 안 받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휴대폰 케이스도 오랜 사용감으로 손때가 꼬질꼬질 묻어 있고, 단추도 떨어지기 일보직전으로 덜렁거리고 있었다.

다가오는 생일에 맞춰 새 폰으로 바뀌 줘야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사무실에서 임직원 할인가로 특판 한다는 최신폰 홍보물이 메일로 왔다. 여느 때는 이렇게 다짐을 한다. 조삼모사 같은 언변에 낚이지 않을 거야. 앞으론 절대 노예계약은 하지 않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내 앞에 닥치면 생각이 달라지는 이 묘한 상황은 뭐지.


6개월만 고액 요금제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자유로이 변경... 통신사 변경 시 대폭 할인, 무슨무슨 기종은 할인폭 최대로 기계값만 0만 원, 기기값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제 선택 등등. 알쏭달쏭한 유혹의 백화점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간들거리는 마음을 붙들기란 쉽지 않다. 애들한테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다짐을 주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이렇게 흔들린다. 같은 조건이면 내가 좀 더 이익을 볼 수 있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해 보지만 차후에 요금 계산서를 받아보면 개운하지 않은 찜찜함이 건더기로 남는다. 결국엔 이리저리 따져봐도 별반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photo-1544365712-91cd4904cd07.jpeg

휴대폰이란 그냥 그렇게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으로 인해 손쉽게 얻는 정보와 궁금증의 해결, 은행업무 등 민원의 번거로움을 손바닥 안에서 처리하는 이익을 반대급부로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몇만 원, 몇 천 원에 목숨 걸듯 따지고 들면서, 소파 끝에 앉아 안경을 코끝에 내리고 전화기에서 뉴스를 보고, 쇼핑을 하는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새 폰으로 바꿔준 내 마음은 어쩌라고. 내 딴에는 그래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사 준 건데.

대뜸 부화가 나서

"다시는 내가 새 휴대폰을 사주나... 에이." 싸움이 날 것 같아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 고요한 침묵 위로 텔레비전 소리만 들리다가 아내가 휙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손도끼 같은 찬바람이 스쳐갔다.

'당신은 최신 폰 쓰면 안 되나! 사진 찍기 좋아하잖아. 뉴스 보고, 쇼핑하는데 버벅대지도 않고 빨라서 좋잖아. 이제 좀 누리면서 살자.' 소리치고 싶은 생각이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걸 애써 꾹 눌렀다. 한 숨 길게 쉬고 나니 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맘 알기에. 누굴 탓하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힐링 로드를 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