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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래 Jun 19. 2022

사람들은 왜 높은 곳에 열광할까?

출렁다리, 패러글라이딩, 스카이워크 등등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 자랑이고, 스스로 위안이 되는 세상이다. 남들이 안 해 본 것을 먼저 해 보고, 남들이 못할 것 같은 것을 나만 해본 것 같고, 안 가본 곳을 먼저 가 보는 것이 자랑이다.

인스타에 뜨는 핫플레이스에 긴 줄이 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지금 대한민국은 이색 카페와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의 천국이 되고 있다. 그곳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길만 있으면 찾아간다. 


카페나 음식점이야 맛난 음식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다지만 출렁다리나 스카이워크는 왜 그럴까? 사람들은 왜 높은 곳에 열광할까? 15층 아파트에서 9층 사는 것도 힘겨운데 허공에 메달아 흔들리는 다리를 줄 서서 기다리며 찾고 있으니 별일도 다 있다. 높고, 길 수록 유명하다. 

얼마 전에 다녀온 원주 간현유원지는 출렁다리를 건너 유리 잔도를 걷고, 스카이워크를 올랐다가 다시 울렁 다리까지 건너야 끝나는 고공 패키지 세트는 거의 공포 상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케이블카가 건설되고 있으니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아마도 산 꼭대기 어디쯤에서 바람을 관측하며 패러글라이딩을 구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양은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유리잔도로 관광명소 대박을 치면서 시루섬 주변에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계획하고 있다. 거기다 두산마을의 패러글라이딩은 전국적으로 제일 유명한 비행장소로 손꼽힌다. 양방산에 케이블카를 구상하고 있다고 하니 유람선을 타고 강 한가운데 있는 도담삼봉을 바라보는 뱃노리는 이제 시시한 고전이 되었고, 단양 8경의 새로운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즐겨보는 여행 에세이 기사에는 출렁다리 소개가 빠지는 경우가 적다. 그만큼 보편화됐단 뜻이며 그게 없으면 사람들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된다. 

사람들은 왜 높은 곳에 열광할까? 

단순히 남에게 자랑하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어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려는 극기라고 판단하기도 석연찮다.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누리는 일상의 무료함에서 탈출하려는 시도이거나 일상화된 고층건물에서의 삶,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의 보편화로 인한 고소공포의 무력화가 불러온 효과는 아닐까. 

실감 나는 CG로 만들어진 영화나 게임 속 재난현장의 주인공처럼 아무 일도 없이 다시 안전하게 땅에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이 신념이 되어버린 것은 또 아닐런지. 


언젠가 바다 위에 선 스카이워크를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갔다 진동과 고소공포에 놀라 가슴이 토끼 심장처럼 팔딱이던 기억. 엊그제 다녀온 천 길 낭떠러지기를 이어 만든 다리 위에 첫 발을 내딛고 나서 되돌아오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기에 눈도 감지 못하고 앞만 보고 빨리만 걸었던 걸음. 심지어 여행지 숙소의 좁은 복도와 사람 키 서너 명 정도의 넓이 방을 가진 얇고 높은 건물이 넘어지는 꿈을 꾸다 잠을 설친 기억까지. 

소심하거나 현대인답지 않게 한심한 고소공포에 진심인 나는 현대문명을 불신하고 불행한 상상만 일삼는 자기애만 강한 망상가 인지도 모르겠다.

유독 나만 그런가요? 

어디 그런 사람 또 없나요?


어제 아내는 대학 친구들과 패러글라이딩을 타러 갔다. 천 몇 조각에 의지해 하늘을 나는 자유(?)를 만끽한 아찔한 무용담을 내내 들고 살아야 한다.  

당신도 높은 곳을 즐기는가? 

내겐 여전히 땅에 발 딛고 사는 것에 대한 평화와 행복이 더 큰 기쁨이 되는 일상들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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