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못 받을 공은 없다. 다 받아주마.
탁구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4월에 있었던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6월 중순에 치러지는 구술과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퇴직 후 체육센터나 복지회관 등에서 체육지도자 일을 해보려고 한다.
체육과 전혀 연관 없는 곳에서 일을 했던 내가 그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돌이켜 보면 내 기를 살려주고 건강을 유지시켜 준 탁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힘든 교대근무를 마치고 쉬는 날이면 탁구장에 가고 싶어 몸살이 났다. 체육관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땀 흘리는 동안 나쁜 기억들을 깨끗하게 지워내고 다시 직장에 출근할 힘을 얻었다.
체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런 분야에서 일을 한 적도 없지만, 퇴직을 앞두고 관심거리를 찾다가 맞이하게 된 것이 바로 생활체육분야였다. 나는 나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가깝게 늘 탁구라는 스포츠의 사다리를 늘 밟고 있었다.
탁구가 좋은 건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아주며,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돕는 기능을 한다. 특히 탁구는 실내운동이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명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며 운동하기 때문에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로 탁구라는 스포츠가 활용된다고 하니 내게는 맞춤옷 같은 운동이었다.
작년에 참가했던 협회장기에서 선수부~3부까지 출전하는 경기에서 우승을 했던 터라 2연패를 위해 열심히 훈련에 집중했다. 나는 상대방의 공격을 커트로 받아내면서 상대방 공격 에러로 득점을 획득하는 커트 주전형(일명 수비수) 선수다.
예선전에서 영월지역 선수들과 한 조에 편성되었지만 2승을 거둬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한 후 16강부터 치러지는 본선에서 강력한 드라이브 주전형 젊은 선수와 만났다. 왼손잡이인 나의 백핸드로 향하는 강력한 드라이브에 맞서 커트 위주의 수비로 버티는 전략이 먹히면서 3대 1로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짧은 커드 서비스를 상대방이 공략하는데 실패하면서 많은 득점을 가져온 것이 승리 요인이었다.
8강 전에서는 같은 클럽에서 운동하는 왼손 팬홀더 선수였는데, 평상시 클럽에서 시합을 하면서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다 알고 있던 터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포핸드로 향하는 커트 볼에 약점을 갖고 있던 선수라 그쪽에서 공격 에러로 인한 득점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 3세트에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살짝 넘기는 볼을 내가 무회전으로 넘기면 스매싱으로 나의 왼손 포핸드로 향하는 볼에 무방비로 당하면서 한 세트를 내주기는 했지만, 다시 공격과 수비를 적절히 섞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4강전에서는 영월에서 출전한 선수로 경기를 치러 볼 기회가 없었지만 펜 홀더 라켓 뒷면에 롱 핌플러버를 부착하고 트위틀링을 하는 전형이라 꽤 까다로운 전형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인근의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고배를 마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1세트는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기싸움에서 승리하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지만 2-3세트를 내리 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나의 핌플러버에서 커트된 볼을 그가 받는 백핸드 핌플 쪽으로 밀어주고 높이 떠서 오는 볼을 내가 포핸드로 돌아서서 선재 공격을 하면서 가까스로 2대 2로 5세트까지 끌고 갔으며, 마지막 세트에서 백핸드로 맞서는 커트 대결에서 나의 포핸드 공격에 부담을 느꼈는지 에러를 많이 범하면서 재 역전에 성공해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작년에도 만났던 드라이브 주전형 젊은 선수와 재회를 했다. 처음부터 강력한 드라이브에 밀리면서 1세트 초반 많은 점수차이로 밀리다 근접하게 쫓아갔지만 결국 졌다. 2세트에서는 15점까지 가는 듀스 접전 끝에 세트를 가져오면서 다시 원점이 되었다.
그런데 3세트에서 그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변화가 느껴졌다. 강력한 한 방보다는 긴장감이 묻어나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상대의 힘 빠진 드라이브를 더 강력한 역회전 커트로 되돌려 보냈고, 상대가 놔주는 테이블 앤드라인으로 빠져나오는 볼을 루프 드라이브로 되돌려 주는 공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가 조심스럽게 넘겨주는 볼을 스메싱으로 공략하는 전략까지 먹히자 멘털까지 붕괴되는 모습을 보이며 무너졌다.
커트 주전형으로 경기를 하려면 하체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했기에 하루에 200번씩 스쿼드로 단련했고, 이미지트레이닝으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막아내는 훈련을 했다.
많은 경기를 하면서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승리를 했다는 행복감이 피곤을 압도했던 하루였다.
해가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그만큼 탁구 실력도 줄겠지만,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지키며 즐기는 나의 탁구생활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