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이 이별가

15년을 함께해 온 모닝을 폐차하며

by 벽우 김영래

1

간밤에 잘 잤느냐? 아침에 일어나니

물설고 낯선 그곳 어찌 하룻밤 보냈느냐

아련히 네 모습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련하다


무사히 도착했단 메시지 받고서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려러니 까무룩 잊었건만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네 생각에

산더미 고철 속에 묻힌 건 아닐는지

가슴이 덜컥하니 그립고 애닮구나.


혹시나 벌써부터 깨지고 찢어지고

심장을 드러내고, 바퀴가 빠지고

유리창 헤드라이트 깨지고 부서지고

눌리고 납작해서 형체가 사라진 건 아니겠지.


정기검사 통보받고 검사장 들어가니

머플러 고장 나서 배연가스 측정불가

수리 후 다시오라, 카센터 들렀더니

뒤축에 녹이 많아 달리기 위험하니 교체나 수리하라


수리비 기백만 원 몸값보다 더 나오니

수리 후 더 탈쏘냐? 이대로 폐차하나

이 일을 어찌할까? 이 일을 어찌할까?


2

십 년 전 어느 날에 가게 앞 한 모퉁이

중고차 진열대에 가을볕 듬뿍 받아

노랑 병아리처럼 빛나던 너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단번에 계약했지


그렇게 첫사랑이 되어준 붕붕이는

아이들 등굣길, 아내의 시장 보기

매일아침 출근길에 한결같이 동행하고


늦은 밤 퇴근 후에 가득 찬 주차장도

좁은 곳 틈 있는 곳 개구리 주차하지

작아서 불편 없고, 못 갈 곳 없다더라


고갯길 느린 걸음 부끄럽지 아니하고

한 달에 한번 주유 수리비도 반값이라

성실하고 겸손하고 근검절약 몸소 실천


15년을 가족같이 동고동락하였건만

세월 앞 장사 없다 갈 때가 되었구나

이제는 병이 깊어 영영 이별 눈앞에 다다랐네.


3

주차장 한 귀퉁이 며칠을 두고 보며

고심해도 방법 없고 세금에 보험료만 물고 있네

헤어질 결심하고 폐차를 검색했다


헤이딜러 경매내니 수 십 명이 입찰하네

그만하고 회수할까 미련이 남다가도

드디어 낙찰되어 팔려갈 곳 정해졌다


기사님 전화 오고 시간이 정해지며

별의별 잡동사니 차 안을 정리하고

텅텅 빈 네 몸을 안쓰러워 쓰다듬네


마침내 기침 같은 엔진소리 쿨럭이며

주차장 빠져가는 어두운 뒷모습에

너도 울고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4

보름이 지났건만 주차할 때 생각나고

길거리 같은 차 눈앞에 보이면 떠오르고

헤이딜러 사후안내문이 또 눈물을 자아내네


비용도 저렴한데 시내는 경차가 그만이라

또 살 수 있겠지만 그게 너는 아니니까

자꾸만 아쉬웁고 서운하고 미안하다


네 몸 어느 한 곳 새살로 태어나서

내게로 다시 오면 얼마나 반가울까

그동안 수고했고 고맙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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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출판. 부크크. 20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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