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부크크에서 책을 내다

by 벽우 김영래

말은 입술을 떠나는 순간 휘발된다.

말의 순간을 더 오래 그리고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사람은 문자를 만들었다.

책은 그 말들을 붙잡고 있는 문자들의 집이다.

내 생각들이 살 집을 마련했다.


특별한 건 없다.

나를 세상에 내놓을 용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다음엔 더 잘 써봐야겠다는 다짐이 남는다.

활자로 된 일기장 한 권 남겼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30여 년의 공직생활 퇴직을 앞두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책 출간이었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아 교정을 시작했다. 급하게 또는 감정에 쏠려 쓴 글에 비문도 많고, 오탈자에 띄어쓰기까지 교정에 교정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발견되는 어색함과 만족스럽지 못한 문장들.

영원히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실망과 좌절을 멈추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라 생각되어, 우선 출판을 감행했다.


독립출판(POD)으로 하고, 200페이지 조금 안되게 편집을 했는데, 인쇄를 해 보니 글자가 작아 보기 불편했다. 그래서 2포인트 정도 키웠더니 288페이지로 불어났다. 에세이 분량치곤 많은 편에 속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재가 빈약함이 느껴졌다. 뺄까 말까 고민하다 그동안 편집한 노력이 아까워 그냥 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과감하게 삭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받고 보니 내가 A4용지에 인쇄해서 봤던 크기보다 글자가 컸다. 게다가 중간에 글자 편집에서 짙게 인쇄되는 부분이 발견되었다. 자간, 굵게 등등 설정을 찾아 해제시켜고, 바꿔도 수정이 안되었다. 어디가 잘못인지 알 수 없어, 모두 다시 입력하기로 했다.


글자 크기를 10포인트로 줄이고, 짙게 인쇄되는 부분을 찾아 다시 글자를 입력했다. 세 번의 교정 끝에 드디어 완성하고 파일교체를 요청하니, 이번엔 페이지 수가 줄어든 것이 문제였다.

결론은 처음 출판했던 페이지수와 정확히 일치해야 하며 오탈자 밖에 수정할 수가 없단다. 만약 수정한 파일로 하려면 6개월 후 재판(再版)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부끄럽지만, 책을 엮었다는 자신감만 얻었다. 그래도 큰 자산이다.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겠다.

책으로 엮을 브런치 글이 꽤 있어 이번에는 처음부터 제대로 해봐야겠다. 작가의 서랍에 넣어 준비해 둔 연재글도 있다.


더 잘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을 내고, 다시 글을 쓰고 그러는가 보다.

※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25.09.19. 부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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