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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우 김영래 Jan 22. 2019

몸살감기와 싸움

 비법이 궁금한가요?

  감기 몸살이 오면 어떻게 하죠?

  약을 먹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거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앓을 만큼 앓아야 낫는다고 방치 할 수도 있죠. 전 어제저녁에 몸살기가 돌았는데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산뜻하게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다.  

  전신에 선뜻한 기운이 퍼지는 듯한, 마치 영화에서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눈이 희번덕하면서 귀신이 붙는 듯한 그런 표정과 느낌이 몸살감기가 몸에 깃드는 순간인 것이다. 아차! 싶으면 이미 늦었다.  

  바로 어제 낮. 잠깐 찬바람에 노출되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집에 들어가면서 긴장이 풀리고 본격적인 증세가 나타났다. 관절 마디가 살짝살짝 아파오고 힘이 빠지면서 심상찮은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 된통 앓은 아내에게 “사람이 어찌 그렇게 연약하냐!”라고 타박했던 말들이  이제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 올 차례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장롱 속에 묻어 둔 나만의 비법을 쓸 때가 되었다. 아들 방 옷장 깊숙이 묻어 두었던 옛날 고릿적 낡은 메이커 패딩 잠바를 꺼냈다. 그건 요즘 유행하는 날씬하고 잘빠진 것이 아니라 보온 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옷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사람이 입으면 금방 헐크로 변화시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옷이었다. 매년 실시하는 옷 정리 대상에 늘 올랐지만, 탁구 경기 갈 때 체육관 바닥에 막 굴려먹어도 아깝지 않다는 이유로 매번 아슬아슬하게 구제되곤 해서 여지껏 터줏대감처럼 옷장을 지키고 있다.  

  옷장 문을 열었더니 먹먹한 어둠 속에서 헐크의 상반신 잠바가 일 년에 한두 번 있을 자신의 역할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에 등산복 내피 같은 후리스 티셔츠 두 개를 껴 입고, 다시 벙벙한 잠바를 겹쳐 입으니 다리도 보이지 않았다. 넘어지면 일어서기도 거북해 질만큼 뚱뚱했다. 아내가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사진을 찍어 가족 대화방에 올려 놀려댔다.  

  이불을 하나 덮었어도 한기가 느껴져 아내에게 다시 하나를 더 덮어 달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둔 수건으로 일하는 농부처럼 목에 걸치고 본격적인 사우나를 시작했다. 온몸에 열기가 오르면서 땀이 나기 시작하자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관절 마디가 노곤하게 풀어지며 쑤시던 통증이 점차 가라앉았고, 머리가 아픈 것도 덜해졌다.   여기서 그만두면 손에 서 놓친 고무줄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가 버린다. 온몸이 흠뻑 젖는 찝찝함과 씻고 싶은 욕망을 견뎌야 한다. 밥맛이 없어 저녁도 굶고 삶아 놓은 옥수수 2개로 허기를 채웠다. 그 좋아하는 단 빵도 입에 붙지 않았다. 왼쪽으로 누웠다. 오른쪽으로 누웠다 하면서 땀을 흘렸다. 


  저녁 18시에 시작해서 23시가 되니 몸이 좀 평온해져 왔다. 이제부터가 걱정이다. 밤에 잠을 잘 자야 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털고 일어날 텐데 더 이상 잠을 잘 도리가 없었다. 소파에 나와  앉았다, 거실을 빙빙 돌며 잠을 청해 보았지만 초저녁에 누워 한 잠을 잤으니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머리도 살짝 아프고 눈이 빠질 듯 통증이 심해졌다. 아내가 먹던 해열 진통제가 있어서 한 알을 먹었더니 언젠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한 느낌과 함께 몸이 거뜬했다. 땀을 낸 덕분에 몸살이 떨어졌다고 하니 아내는 감기약을 먹어서 나았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든 하루 만에 몸살감기는 떨어졌다. 아마도 나의 낡고 볼품없는 잠바와 고집, 그리고 아내의 재치가 감기를 이겨낸 것이 아닐까.  아침상에는 야들야들한 부두와 느타리버섯이 마치 물고기 파닥거리듯 보글거리는 찌개를 한 입 넣으니 감기는 완전히 남의 얘기가 돼 버렸다.

  몸살감기 이 방법으로 이겨 보세요. 약을 먹기는 했지만 나름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치료법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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