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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우 김영래 Feb 04. 2019

비 오는 날

혼자만 가는 카페가 있으면

  비 오는 날은 참 좋다. 좋다는 것 말고 다른 표현은 없는 듯하다. 그냥 좋다.  

  안에서 창밖을 보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이 좋다. 고요히 창밖을 응시하며 무념무상의 상태가 행복하다.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차분해서 먼지처럼 고요하고 천천히 가라앉는 듯하다. 심해에서 소리도 없이 펼쳐지는 풍경만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카페에 가고 싶다. 사람들의 체취와 진한 커피 향이 어우러져 있고, 비 냄새와 습기로 알 수 없는 향기가 폐부로 스며들어 오고, 마치 강하구처럼 찬 공기와 따스한 공기가 엉켜져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을 신선하게 만드는 그곳에 가고 싶다. 포근한 의자에 어깨까지 묻고, 유난히 보송보송한 손바닥에 닿는 따스한 잔의 온기가 좋다. 살짝 추워서 목도리가 싸고 있는 온기가 좋다. 잔에 담긴 커피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향기를 마시면 혀끝에 맴도는 쓰면서 고소한 맛이 온몸으로 퍼진다. 마치 빗방울이 대지에 떨어져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이런 날엔 혼자 있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세상에 혼자만 들어올 수 있는 카페가 있다면 좋겠다. 아니면 적어도 비 오는 날에는 혼자 오는 테마 카페가 있다면 대박이지 않을까. 그곳엔 누군가와 대화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창밖의 비 오는 풍경만 볼 수 있으니까. 내 생각의 간섭을 누구로부터도 받지 않고, 무엇을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지. 파문도 없는 호수처럼 고요함이 절정이고, 가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나 낮게 깔리는 클래식 음악만이 위안을 줄 수 있을 테니까.

  길 멀리 찾아 간 한적한 카페에서 향기 나는 커피 한 잔 입술로 적시며 책을 읽거나 작은 종이에 풍경을 스케치하는 상상. 세상에 더 없는 시간. 

  겨울에 눈 오는 풍경보다 비 내리는 날의 감흥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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