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작은 에피소드들

운명이든, 머피든 자신감으로 넘자

by 벽우 김영래

지난주에 있었던 작은 이야기 두 개.


에피소드 1


째깍째깍 1분 1초가 아까운 출근시간. 바쁜데 밥상을 차리던 아내가 반찬을 깔면서 뜬금없이 옵션을 내밀었다.

"자기야 엄마가 무생채에 미역무침해줬는데 먹을 거야?"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왜냐하면 이미 식탁에는 좋아하는 김, 콩자반, 멸치 새우볶음, 깍두기에 계란 프라이까지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진수성찬 아닌가? 그런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무생채 미역무침을 또 꺼낸다고 하니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갈등이 되었다. 칼로 자르듯 거절을 하면 왠지 다음엔 장모님의 국이랑 반찬을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리뭉실 답을 했다.

"여기 이렇게 반찬을 많은데 뭘 더 꺼내. 낼 먹자"

그러게 유야무야 된 채로 식사를 마치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내식당 점심 메뉴에 밥 다음에 놓인 반찬이 바로 무생채 미역무침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오늘은 내가 무수(무의 충청도 사투리)를 먹어야 하는 날이구나' 하는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 반찬 칸에 듬뿍 담아서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당신 구내식당 메뉴를 나 몰래 어디서 공유받는 거야? 집에서 미역국을 먹으면 식당에서 미역국이 나오고, 청국장을 끓이면 청국장이 나오는 이 마술 같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

어차피 먹어야 할꺼면 피한다고 피해지는거 아니다. 운명아 그냥 부딪치자.


에피소드 2


주말에 원주 탁구장에서 주관하는 시합에 출전했다. 나는 상대방의 드라이브 공격을 받아넘기는 왼손 수비 전형 선수다. 그러다 보니 스메싱을 하거나 핌프 러버(돌기가 밖으로 나와 있는 특수 러버)를 전형으로 하는 상대방을 만나면 어렵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상대방은 오른손 셰이크 공격 전형 선수다. 왜냐하면 나의 주특기인 백 커트를 통해 많은 회전이 걸려오는 공을 깎아서 넘겨 상대의 에러를 유도해 점수를 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선수는 왼손 팬홀더 공격 전형 선수다. 나의 약점은 왼쪽 포핸드로 넘어오는 공이 밖으로 점점 휘어져 나가 내가 공격하기에는 힘이 부치고 에러를 범해서 스스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3명이 단체가 되어 예전을 걸쳐 토너먼트로 올라가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예선에서는 오더의 확률이 거의 정확하게 맞아서 상대방 오른손 드라이브 전형 에이스를 맞았다. 승승장구하던 상대팀 에이스를 무력화시키면서 나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너무 힘없이 치는 탁구나 초보탁구의 경우는 간단히 수비만 해도 이길 수 있거나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이기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순위만 정해서 토너먼트를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토너먼트에 올라가서 생겼다. 두 부수가 더 낮은(나는 3부, 상대방은 5부로 3점을 내어주고 시합을 하게 됨) 초보와 만났다. 수비가 통하지 않았다. 도 아니면 모로 닥치고 공격을 하는데 확률이 60프로 정도로 꽤 높았다. 멘붕이었다. 어찌 졌는지도 모르게 경기장을 나왔다. 두 번째 게임에서도 역시 비슷한 전형의 선수를 만나 패배를 했다. 같은 팀원들이 그나마 단식과 복식에서 이기며 에이스의 체면을 세워 1회전을 천신만고로 통과했다.

토너먼트 2회전에서도 역시 드라이브 전형의 에이스를 만나지 못했다. 전력이 노출된 것인가. 손 목으로 백 커트와 스매싱을 하는 왼손잡이 여자 선수를 만나 간신히 이겼지만 두 번째 단식에서 스매싱과 롱핌플 러버에다 라켓을 돌려 치는 헷갈리는 전형의 선수를 만나서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졌다. 결국 1승 3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상금을 타서 저녁을 근사하게 먹으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에 더해 하수에게 졌다는 패배감이 얹어져 기분이 더 쭈글꾸글해졌다.

오더에서 쉬운 상대 만나기를 소원하면 여지없이 어긋나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현실. 그건

자신감이나 혹은 실력이 결여된 패배감의 또 다른 표현이지 싶다. 어차피 머피의 법칙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실력 향상이 아닐까 싶다.

저 선수만 만나지 말자가 아니라 누구라도 덤벼라. 다 넘어주마 하는 자신감이 더 즐거운 생활탁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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