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겉절이에 냉잇국을
사람 기분이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같지 않아서 제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듯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을 풍선처럼 가볍게 띄울 방법은 없을까. 특히나 요즘처럼 온통 '코로나 19'뉴스로 도배가 되는 때엔 더욱 그렇다. 들숨 날숨 하는 공간의 공기 색과 무게나 어쩔 수 없이 들려오거나 들어야 하는 비린내 나는 생선토막 같은 음절 하나가 기분을 절대 좌우하는 때다.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우연찮게 첫회를 보게 되면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다음에도 찾아서 보게 되지만 중간에 들어가면 스토리를 이어가기 힘들어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뉴스나 다큐멘터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된다. 그럴 때마다 ebs프로그램을 찾는데 '세계 테마여행'과 '한국기행'을 주로 본다. 엊그젠가 <찾아가, 봄>이란 부제로 한국기행이 방송되고 있었다. 제목도 참 잘 지었다. 내레이션 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봄을 소리로 표현한다면 꼭 그럴 듯싶었다. 화면의 남쪽 바닷가 모습도 내륙과는 다르게 완연한 봄이 보이고 있었다.
특히 눈에 꽂힌 것이 청산도 봄동이었다. 아낙네들이 줄지어 작은 배추 포기를 뽑고 뒤에서 포기를 꼭꼭 눌러 꽃처럼 만드는 모습이었다. 이어 식탁에 오른 겉절이 봄동을 맛나게 먹는 사람들의 입을 보면서 침이 절로 났다.
"저거 한 입이 만병통치 약이겠다."
그 길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쇼핑몰에 들어가니 봄동 겉절이 김치들이 좌판에 각양각색으로 호객 하고 있었다. 꼭 청산도 봄동으로 사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처음 사는데 한꺼번에 많이 샀다 혹시라도 낭패를 보면 안 될까 싶어 작은 걸로 골라 담아 주문을 했다.
화요일 아침 식탁엔 장모님이 끊인 냉잇국과 봄동 겉절이 배추가 올라왔다. 간이 쌔 보여서 작게 썰어서 한 입 넣으니 상큼한 봄이 몸속으로 좍 퍼져나갔다. 단맛 내는 냉잇국에 봄동 한 잎은 모습 그대로 약이었다.
봄에 젖어 보낼 시간에 많은 이들이 우울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 좋아도 좋은 티를 내기 어렵다. 어디를 못가 안달 나는 이 계절에 나들이가 겁부터 나는 봄은 처음이다. 출근하고 나니 아내가 톡을 보냈다.
'지금 현실은 배달된 봄이라도 받아 볼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그러니 우울해지지 맙시다. 힘내세요'
초콜릿 같은 한 마디가 힘이 되는 시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말 한마디로 빨리 찾아와야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