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ADHD 환자들이 재밌어하거나 좋아하는 일에 보이는 초인적인 집중
처음 ADHD에 대해 깊이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나를 가장 안도시켰던 것은 'ADHD 천재 성공 신화'였다.
빌 게이츠,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천재들이 ADHD를 진단받거나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 말이다.
'아, 나도 저들과 같은 잠재력이 있는거구나'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었다.
실제로 ADHD 환자들이 재밌어하거나 좋아하는 일에 보이는 초인적인 집중력은 가히 천재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기는 하다.
그 후부터 주변에 ADHD 진단 소식을 알리면서도 끝에 아인슈타인, 에디슨과 같은 말을 꼭 붙이기도 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두 명의 ADHD 관련 저서 작가를 인터뷰하며, 천재성을 가진 ADHD 환자들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냐는 질문을 했다.
한 인터뷰이분의 답변은 내 예상과 달랐다.
"이들 천재들의 천재성이 모두 ADHD에 기인한다고 믿는 것은 일반인들의 ADHD 치료나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천재 성공 신화라고 생각해요."
이를 더 자세히 기술한 풀 인터뷰가 나오면 여기 링크를 남기겠다.
어쨌든 나도 이후 이를 공감하게 됐다.
이들 천재들이 전전두엽의 통제 기능을 제대로 활성화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 테다. 고지능이었거나, 환경이 받쳐주었다거나.
ADHD가 가진 고에너지, 창의성 등과 그 배경이 조화를 이루면 멋진 성과로 이뤄질 수 있겠지만 - 그렇지 못하다면 여전히 쓸모없는 병일 뿐이다.
ADHD는 엄밀히 말해 엄청난 집중력을 제공하는 병이 아니라 집중력을 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병이기 때문이다.
또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앞에 거론한 ADHD 천재 환자들은 가정이나 인성이 파탄난 것으로 유명한 이들이기도 하다.
이날 인터뷰는 내가 천재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 당장 오늘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